숲과 꽃에 스민 기억…유연홍 ‘추억, 그리고 그리움’展

안개가 내려앉은 숲과 하얀 구절초, 달빛과 황금빛 들녘. 유연홍 작가가 자연의 풍경에 추억과 그리움의 정서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유연홍 작가는 다음달 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제3전시실에서 개인전 ‘추억, 그리고 그리움’을 연다.

 

‘그리움이 머무는 숲’. 작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숲과 꽃, 달, 들판, 정자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통해 지나간 시간과 기억, 그리움의 감정을 풀어낸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잠시 머물고 쉬어가는 경험을 전하고자 한 전시다.

 

유연홍의 화면에서 자연은 화려하게 과장되지 않는다. 안개처럼 부드럽게 번지는 빛과 차분한 색조, 반복적으로 쌓인 붓질이 숲과 들판에 고요한 분위기를 만든다. 굽이진 소나무와 넓은 여백이 펼쳐지는 ‘그리움이 머무는 숲’에서는 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풍경이 현실의 공간과 기억 속 공간을 겹쳐놓는다.

 

‘구절초(2026-5)’. 작가 제공

꽃을 다룬 작품에서도 개별 대상보다 풍경 전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무게가 실린다. ‘구절초(2026-5)’에는 하얀 꽃이 들판을 가득 메운다. 작가에게 흰색은 단순히 비어 있는 색이 아니라 맑음과 순수함, 따뜻한 기억을 품은 색이다. 한 송이의 아름다움보다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와 생명감을 보여준다.

 

빛과 계절의 변화 역시 이번 전시를 관통한다. 노랗게 물든 숲을 담은 ‘빛으로 물든 자작나무(2026-1)’를 비롯해 달빛 아래 풍경을 그린 ‘달빛에 담긴 기도’, 하루가 밝아오는 순간을 담은 ‘여명’ 등에서 자연은 시간에 따라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빛으로 물든 자작나무(2026-1)’. 작가 제공

작가의 기억은 한국적인 풍경과 고향으로도 이어진다. 물에 비친 정자와 계절의 색이 어우러진 ‘내장산 우화정’에서는 자연 속에 자리한 정자가 사람이 잠시 머무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고향의 황금들녘(2026-2)’에서는 넓게 펼쳐진 들판과 멀리 이어지는 산세, 감나무가 작가가 기억하는 고향의 모습을 그려낸다.

 

숲과 꽃, 달, 들판처럼 서로 다른 풍경은 ‘추억’과 ‘그리움’이라는 정서로 이어진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지나간 시간과 기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중심이다.

 

1993년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유 작가는 2021년 ‘빛 색(色) 꽃 색(色)이 되다’를 시작으로 ‘숲속의 향기’(2022), ‘빛에 스며들다’(2023), ‘자연을 담다’(2025) 등 자연과 빛을 주제로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왔다. 전시는 10월1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