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는 한 몸…중수청·공소청 협업 신속 정착해야” [검찰청 폐지, 마지막 人터뷰]

③ 윤재남 서울남부지검 수사과장

“진실발견·형사책임 실현의 과정
전문인력·수사인프라 구축 시급
30년 일터 사라져 만감이 교차”

10월2일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73년 만에 몸담은 조직이 문을 닫아 공소청(기소)과 중대범죄수사청(수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검찰 구성원들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형사사법체계 대격변의 한가운데 선 ‘검찰청 사람들’의 목소리를 남기고자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윤재남 서울남부지검 수사과장이 14일 남부지검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윤 과장은 검찰청 폐지 관련 검찰에서 ‘한 몸’이었던 수사·기소 기능이 별도 기관으로 쪼개지는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최상수 기자

다음 달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기존 검찰 수사관 상당수는 중수청으로 소속이 바뀐다.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검사와 달리 수사관들은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갈 수는 있지만, 형사사법체계의 대격변과 새 조직에 대한 적응 등으로 동요하는 건 매한가지다.

 

올해로 34년차, 문자 그대로 ‘베테랑 수사관’인 윤재남 서울남부지검 수사과장도 14일 남부지검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윤재남 서울남부지검 수사과장이 14일 남부지검 사무실에서 검찰청 폐지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있다. 최상수 기자

윤 과장은 “(중수청 수사 대상인) 중대범죄 사건 수사의 경우 수사 착수와 증거 수집에서부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체포·구속을 통한 신병확보, 이후 공소제기와 공소유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중수청과 공소청의 유기적인 협업체계가 제대로, 신속히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에서는 ‘한 몸’이었던 수사·기소 기능이 별도 기관으로 쪼개지는 데 대한 걱정이다.

 

이어 윤 과장은 “특히 경제·금융범죄나 부패범죄는 사건 규모가 크고 사실관계와 법리가 복잡해 방대한 계좌·회계자료, 디지털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사건을 수사하는 데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나 증거가 발견되기도 해 수사관뿐만 아니라 기소·공소유지를 담당할 검사도 사건의 구조와 핵심 쟁점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 과장은 “수사와 기소는 단절된 업무가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정한 형사책임 실현으로 이어가는 연속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수청이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수사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윤재남 서울남부지검 수사과장이 1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후배 수사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는 말에 “조직의 이름과 제도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수사관으로서 사실과 증거를 끝까지 확인하는 자세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최상수 기자

1992년 9급 공채로 입직한 이래 검찰 수사관으로만 30년 넘게 일해온 윤 과장은 그간 몸담았던 검찰청이 곧 사라진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한다”는 짤막한 소회를 밝혔다. 2022년엔 최초로 금융증권 분야 공인전문수사관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 그는 대기업 비자금 조성 관련 횡령·배임 사건, 해외 동포 상대 분양 사기 사건, 금융권 대출 로비 사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등 자신이 수사한 굵직한 사건들을 회상하며 “금융증권범죄 수사는 민생과도 직결된다”고 역설했다.

 

윤 과장은 “검찰청이라는 이름이 없어지더라도 그동안 축적해 온 검찰의 수사 경험과 전문성까지 함께 사라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수청으로 향하는 후배 수사관들에겐 “조직의 이름과 제도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수사관으로서 사실과 증거를 끝까지 확인하는 자세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끊임없이 ‘내가 놓치고 있는 사실은 없는가’, ‘이 판단을 뒷받침할 증거는 충분한가’, ‘반대되는 증거는 없는가’, ‘앞으로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