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13번 언급했다. 모두발언 역시 “송구한 마음으로 인사드린다”는 사과로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약 100분간 착석 없이 선 채로 회견에 임했고, 무겁게 가라앉은 어조로 답변을 이어갔다. 지지율 하락과 여권 내 갈등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자세를 낮췄지만, 민생·개혁·통합이라는 국정 방향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논란이 이어졌던 연임 개헌에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조작기소 특검법’의 공소취소 관련 규정은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검찰개혁 후퇴론에는 “불가역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반박했고, 갈라진 여권을 향해서는 “우리는 모두 동지”라며 통합을 호소했다.
◆연임론 선 긋고 ‘공소취소’ 조항 삭제 요청
◆“檢개혁 후퇴 의심 거둬달라”… 경찰개혁도 예고
여권 분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검찰개혁 후퇴론’에도 이 대통령은 확고히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사실상 안 하려고 한다는 공격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검찰의 패악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 중의 하나가 저다. 검찰을 편들어서 뭘 하려 한다, 개혁이 후퇴한다는 의심은 거둬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했다. 개혁의 강도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불가역적으로 검사가 다시는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만들겠다”며 “되돌아갈 수도 없게,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검찰의 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에 권한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고강도 경찰개혁’ 카드를 꺼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부재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철저한 견제, 보완 장치로 해소하겠다”며 “고강도 경찰개혁을 통해 수사권 독점에 따라 경찰이 혹여 무소불위 권력 기관으로 퇴행하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겠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의 방향은 유지하되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수사권 집중 문제는 별도의 경찰 견제 장치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모두 친문·친노·친DJ”… 분열 책임 자신에게
회견의 또 다른 축은 여권 내부 통합이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만 ‘통합’을 10번 언급했다. 여권 분열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고 했고, 지지층을 두고 “이분들이 많이 아파하고 있어 저도 아프다”고 말했다. 특히 진보 진영 내부의 멸칭과 혐오 표현, 계파 갈등을 직접 거론하며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친문재인)이고 친노(친노무현)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가슴 아픈 현실이 만들어진 데 수많은 원인과 동인들이 있겠지만, 민주당 제1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제 책임이 가장 크다”며 “미운 마음이 들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더라도 저와 정부의 부족함을 탓해달라”고 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외부 요인을 앞세우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면도 많았고, 특정 현안 때문일까도 생각했지만 결국은 제 부족 때문이었다”며 “배려도, 섬세함도, 소통도 부족했고 제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의 반발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측면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더 많이 소통하고, 듣고, 존중하고 당초 하고자 했던 일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겠다”며 “반칙과 특권 없는 억강부약의 공정한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