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의사 없음’ 발언을 계기로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문제 삼아 온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해소됐다는 판단 아래 내년 상반기 국민투표까지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연임 논란을 끝내고 개헌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석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개헌추진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걸림돌도 명확히 정리하셨다”며 “이제 말꼬리 잡기보다는 진지한 개헌 논의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개헌 방안으로 거론한 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연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을 통한 자신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며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야당이 제기해 온 개헌 논의의 걸림돌이 해소된 계기로 보고 있다.
추진단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합의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단장인 김태년 의원은 국민투표를 총선과 분리해 추진하겠다고 했고,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올해 말까지 민주당 안을 마련한 뒤 내년 3∼4월 정당 간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합의안은 발의·공고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개헌 의제로는 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명기, 기본권 확대, 권력구조·정치제도 개편 등이 거론됐다. 김 대표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헌법 반영도 제안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개헌 논의에 호응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호 의원은 “이제 연임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은 끝내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을 위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 여야가 함께 미래 국가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의 목적은 특정인의 권력 연장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 공존과 협치의 틀을 만드는 데 있다며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도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의 입장은 다르다.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의 연임 부인에도 향후 ‘국민의 결단’을 내세워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로 의구심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회 개헌특위의 즉각적인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야의 구체적인 협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