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수 전국 1위 경산… 주민들 “밤길 무서워요”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영남대 대학로 일대 외국 방불
“80%가 외인… 한국인들 위축”
캠퍼스 학생들도 소통 안 돼
내외국인 ‘분리된 공존’ 심화
“한국 사람들의 외국인 기피가 심해지고 있어요.”

 

10년간 경북 경산 영남대 원룸촌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김승민 공인중개사는 13일 이렇게 말했다. 대구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영남대역 앞은 여느 대학가 모습과 다르지 않지만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급격하게 달라지는 모습 속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 인근 대학로에 할랄 인증과 아랍어가 적힌 식당과 상점, 이슬람 사원 등이 모여 있다.

대학로 일대에는 베트남 식당, 베트남어와 ‘global(국제)’이 적힌 휴대전화 대리점, 아시아 마트가 줄지어 있다.

 

이날 오후 8시쯤 한 베트남 식당에서는 ‘못(1), 하이(2), 바(3)’를 외친 후, 촛불을 끄는 아기를 축하하며 베트남인 30여명이 돌잔치를 열고 있었다. 인근 베트남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40여명이 외국어로 대화를 나눌 뿐 한국어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10분여를 임당동 방면으로 들어가자 풍경이 다시 바뀌었다.

 

‘할랄’ 인증 식당, 튀르키예 음식점과 이슬람 사원들이 등장했다. 출신국에 따라 생활권이 나뉘는 모습이었다. 김씨는 “3년 전부터 외국인 수가 워낙 늘어 공실이 없다”며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이 10% 안팎이었고, 집주인들이 외국인을 기피하면서 ‘방이 없다’고 돌려보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 고객층이 외국인”이라고 했다.

경산시 외국인 유학생 수는 5년여 만에 전국 1위로 올라섰다.

 

20일 법무부 ‘등록외국인 시군구별 체류자격별 현황’과 교육부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9년 6430명이었던 경산시 외국인 유학생(D-2, D-4-1, D-4-7 비자) 수는 올해 6월 기준 1만4856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등록 외국인 중 유학 비중도 54.9%에서 64.7%로 증가했다. 경산시에는 영남대, 대구대, 대신대 등 9개 대학이 있다.

 

이곳에서는 원주민과 이주민 간 긴장이 팽팽하다.

 

경산역 인근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손모(54)씨는 “영남대 근처에 외국인들이 모여있는데 밤에는 가면 안 된다”며 “딸이 영남대생인데 밤에는 무서워서 절대 안 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당동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영남대생 박모(20)씨는 “80%가 외국인 손님”이라며 “이곳에선 한국인이 을(乙)이라 위축되고 경계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빠르게 늘리는 사이 캠퍼스 안팎에서는 국적별 생활권이 나뉘고 언어 장벽이 높아지는 등 내외국인이 서로 섞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 대학 캠퍼스에서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유학생’은 더 이상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다.

 

대전 동구 우송대 서캠퍼스 내 글로벌조리학부 학생들이 운영하는 실습장 겸 베이커리카페에는 12명의 직원 중 3명이 외국인 유학생인데 이들 모두 한국어로 소통이 어려웠다. 실습을 관리하는 카페 관계자는 “계산 정도만 가능하다”고 유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을 설명했다. 9일 정오부터 두 시간 동안 카페를 찾은 외국인 유학생 손님 7명 중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학생은 1명뿐이었다.

 

유학생은 한국어를 전혀 못 하지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영어로만 진행하는 수업이 많아 학점 이수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최서리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학생 수를 늘리는 데에만 그치니 ‘분리된 공존’이 일어나고 있다”며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포함해 문화, 제도 등을 이해한 채 녹아드는지도 정책적 지표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1회> 캠퍼스의 두 얼굴

① [단독] 캠퍼스 대신 일터로… 불법취업 범칙금 50% 급증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734

② “주1회 수업·일할 시간 보장”… 대학이 취업통로 자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42

③ 유학생 수 전국 1위 경산… 주민들 “밤길 무서워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41

④ 기댈 곳 없는 한국살이… 보호출산제 ‘있으나 마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86

⑤ [단독] ‘사기’ 범죄 내몰린 유학생들… 피해 당해도 신고도 못한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