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몰아 일할 시간 보장”… 대학이 취업통로 자처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상> 캠퍼스의 두 얼굴

서정대 외국인 유학생 5775명
2020년에 비해 673%나 급증
학교 아닌 타지역 살며 일 병행
“일 다니기 편한 대학으로 유명”
대학이 ‘불법 취업→벌금’ 방임
관리 사각 심각… 모니터링 시급
“솔직히 말하면 학생 중 80%는 공부보다 일하고 싶어서 이 대학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11일 오후 경기 양주시 서정대 ‘비자 플러스 센터’ 앞에서 시간제 취업 허가를 연장하기 위해 기다리던 미얀마 국적 학생 A는 이같이 말했다. A는 취업비자가 아닌 유학비자를 취득한 이유에 관해 “취업비자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유학비자는 받기 쉽고 학비도 1년에 460만원으로 비싸지 않아서 이 학교를 택했다”고 했다.

11일 경기 양주시 서정대 ‘비자 플러스 센터’ 앞에 외국인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 허가 연장을 위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A는 학교가 있는 경기 양주시가 아닌 서울 동대문구에 살면서 중구에 있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연수 비자(D-4)를 받고 어학당을 다니다 유학 비자(D-2)를 받아 1년 반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비자 플러스 센터 앞에는 A 외에도 10여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대기 중이었다. 이날 서정대에서 만난 유학생 상당수는 학교 인근이 아닌 서울 등 다른 지역에 살면서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제 막 호텔관광과에 입학한 인도 출신 라키불 이슬람(22)은 서울 성북구에 살며 ‘당근’이나 ‘알바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방 보조나 영어를 가르치는 알바를 구하는 중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학교를 오고 그 외에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원 ‘드림 인터내셔널 컨설팅’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도 ‘적은 대면 수업’을 홍보하는 실태가 포착됐다. 지난해 4월 해당 채팅방에는 “수업은 주 1∼2일만 진행되며 나머지 날에는 일하거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서정대가 소개됐다.

◆“일하기 편해” 소문에 유학생 급증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코리안 드림’을 품은 외국인 유학생은 올해 처음 30만명을 넘어섰다. 우수 인재 유치라는 정부 자평 속에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캠퍼스 대신 일터로 향하는 유학생들도 그 단면이다.

 

경기도에 소재한 다른 4년제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유학생 B는 서정대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서 일하기 편한 대학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11일 경기 양주시 서정대 ‘비자 플러스 센터’에 ‘비자 및 아르바이트 신청을 하는 학생들은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베트남어와 우즈베키스탄어, 영어로 번역돼 있는 모습.

유학생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서정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 수는 급속도로 늘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서정대 재학생 1만154명 중 절반 이상인 56.9%(5775명)가 전 세계 22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이다. 2020년에 비해 무려 673% 증가했다. 2020년 747명, 2021년 1768명, 2022년 2439명, 2023년 3356명, 2024년 4606명, 2025년 5092명으로 매년 1000명 단위씩 유학생 수가 늘었다.

 

다른 지방대학에서도 유학생을 대상으로 ‘주 1회 수업’만 제공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경북 경산시에서 만난 부두이 안(24·베트남)도 “학교는 하루만 간다”고 했다. 카페에서 홀로 카운터를 지키던 안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생성형 AI 이미지

베트남 현지 유학원 ‘알파’(Alpha) 홈페이지에 소개된 10개 대학 중 서정대 외 9개 대학은 모두 ‘주 2회 수업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인천재능대 관계자는 “주 1회에서 2회 수업이 가능한 학과들이 있다”며 “유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등교하길 원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렇게 한다”고 했다. 신안산대, 장안대, 대신대, 경남정보대 등은 ‘주 2회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이들 학교 관계자들도 “교수들이 최대한 (적게 등교할 수 있게) 시간표를 몰아주려 한다. 이유는 학생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정대 관계자도 “계열 및 전공 특성에 따라 수업을 주 1∼2일로 편성해 운영하고, 국가지정 양성대학(요양보호사·전문기술인재양성·뿌리산업) 지정학과는 주 2일 이상 수업을 편성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학들이 ‘일하러 온 학생들’을 방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학업이 아닌 노동의 굴레에 빠지게 한다. 최서리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학들이 학생을 유치할 때 ‘일할 시간을 보장해준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내건다”며 “불법 취업이 적발되면 벌금이 수백만원에 달하고, 이를 갚기 위해 다시 일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대학 책임 강화에도 커지는 사각지대

 

불법취업 적발 사례는 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사전에 허가를 받으면 일정 범위에서 시간제 취업을 할 수 있지만, 허가 없이 일하거나 허가된 근무처·업종·시간을 벗어나면 불법취업으로 처분된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D-10) 비자로 체류 중인 베트남 국적 C는 “한국에선 1시간 일하면 한 끼 식사할 수 있지만 베트남에선 한 끼 식사하기 위해 2∼3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했다. C는 주 6일, 하루 13시간 동안 배달 일을 하며 한 달에 600만원을 번다. 외국인이 배달 일을 하는 건 불법이고, 배달 플랫폼에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 주민등록번호 등 한국 사람의 명의를 빌려 일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2115명에 달하는 경기 용인시 칼빈대는 올해 3월 학내 공지로 “최근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각 지역 출입국사무소 불법 아르바이트 단속에 걸려 벌금처분을 받았다”며 ‘불법 알바’에 대해 경고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유학생의 불법취업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 차원에서 제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에 있는 한 4년제 대학에서 유학생 관리를 담당했던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휴대폰을 두 대씩 가진 경우도 많다. 하나는 개인폰, 하나는 배달용 폰”이라며 “학생들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우리가 출입국에 신고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히려 출입국 단속에 걸려서 보호소에 들어가면, 가서 돈 주고 학생을 찾아오는 일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학교를 나와 이직한 후인 올해 5월에도 유학생 부탁을 받고 전남 광주시 사업장에 찾아가 학생의 월급을 대신 받아줬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제가 가게를 그만둬 퇴직금을 받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같은 학생들의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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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외국인 유학생의 대면 수업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이 제재받진 않는다.

 

교육부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평가 요소에서 ‘70% 대면 수업’ 규정이 있지만,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당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른 지표를 충족해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교육부는 대학이 유학원의 모집·유치 과정을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대학-유학원 표준협약서(안)’를 이르면 10월 중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발표한 ‘외국인유학생 인재양성 혁신전략’에는 이처럼 대학이 해외 유학원을 통해 학생을 모집하는 절차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알파 사례처럼 사각지대를 막기엔 한계가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책무를 갖고 자체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1회> 캠퍼스의 두 얼굴

① [단독] 캠퍼스 대신 일터로… 불법취업 범칙금 50% 급증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734

② “주1회 수업·일할 시간 보장”… 대학이 취업통로 자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42

③ 유학생 수 전국 1위 경산… 주민들 “밤길 무서워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41

④ 기댈 곳 없는 한국살이… 보호출산제 ‘있으나 마나’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86

⑤ [단독] ‘사기’ 범죄 내몰린 유학생들… 피해 당해도 신고도 못한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0509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