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력 엄호했던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당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임명 반대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도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 된 인사”라며 사수전에 나섰다가 결과적으로 민심과 거리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뿐 아니라 민심을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해야 할 여당 지도부의 판단과 대응 전략도 되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김 전 후보자 낙마 뒤 검찰 수사자료 불법 유출 의혹을 앞세워 무소속 한동훈 의원에 대한 수사·처벌 요구를 전면에 세우며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김생용사’ 후유증… 민심 괴리·검증 책임
민주당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포기하더라도 자당 소속인 김 전 후보자는 지켜야 한다는 이른바 ‘김생용사’ 전략을 폈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11일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 된 인사”라며 “지킬 것”이라고 했고, 김의겸 의원도 14일 “이슬만 먹고 사는 분을 후보자로 고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반발 속에 김 전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여기에 전직 보좌진이 성추행 및 무마 의혹과 추가 음주운전, 폭언·갑질, 청탁 의혹 등을 담은 탄원서를 대통령 기자회견 전날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검증 책임론은 더 커졌다. 민주당은 탄원서가 당에도 전달됐다는 보도에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탄원서 접수 여부와 전달 경로, 검증 라인 공유 시점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당내에서도 청와대 검증과 지도부 대응을 함께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인사검증 실패를 두고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했고, 다른 현역 의원은 “명백한 무능”이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볼수록 잘된 사람’이라고 한 김 대표는 어색한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20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를 검토했다가 미뤘다. 김 대표는 이날 김 전 후보자 관련 취재진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무대응서 한동훈 수사로… 공세 강화
민주당의 김 전 후보자 의혹 대응은 초기 무대응에서 적극 엄호, 한 의원에 대한 역공으로 단계적으로 강해졌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한 의원의 제넨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제기에 “한동훈 의원 문제 제기에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현역 의원 4명으로 ‘한동훈 전담대응팀’을 꾸렸고, 9일에는 제넨셀 사건 관련 검찰 수사자료 유출과 증거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이를 ‘한동훈 사건’으로 규정했다.
김 전 후보자 사퇴 뒤 민주당의 화력은 한 의원에게 더 집중됐다. 조계원 대변인은 20일 “국민이 원하는 건 범죄혐의자 한동훈 수사”라고 했고, 전용기 최고위원은 “이제 한 의원이 책임질 차례”, 한민수 최고위원은 “수사 기록 유출 연루 의혹 등은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악몽”까지 거론한 바 있다.
다만 당내에는 한 의원 공세에만 집중하는 데 대한 경계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한 의원을 공격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김 전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의 본질보다 의혹 제기 경로와 한 의원 공격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의원은 김 대표에게 “김승원 전직 보좌진의 제보를 민주당은 언제 받았느냐”며 “그 제보를 받고도 ‘김승원은 보면 볼수록 잘한 인사이니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은 그대로였던 것이냐”고 공개 질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