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는 나흘이다. 멀리 움직이기엔 짧고 집에만 있기엔 긴 일정이다. 모처럼 모인 가족·친지와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가까운 공연장을 찾는 편이 낫다. 서울은 물론 부산·진도까지 명절 무대가 마련됐고 상당수는 무료다.
명절 분위기를 가장 진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은 역시 국립국악원이다. 대표 추석 공연 ‘휘영청, 둥근 달’이 추석 당일인 25일 저녁 7시30분 야외 공연장 연희마당에 오른다. 대취타로 문을 열어 달맞이·팔월가·방아타령 등 민요연곡으로 흥을 돋우고, 강강술래와 장구춤을 곁들인 판굿으로 이어진다. 백미는 어름사니 남창동과 어릿광대 남해웅 부자의 줄타기다. 줄 위에서 주고받는 재담과 아슬아슬한 발놀림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박진감을 주는 구경거리다. 보름달 아래 야외에서 본다는 점에서 올해 연휴 가장 명절다운 무대로 꼽을 만하다.
공연에 앞서 예악당 앞 잔디광장에서는 떡메치기·고추장 만들기·귤칩쌀강정 만들기 등 무료 체험 행사가 열린다. 관람권 예매 때 체험권을 함께 선택한 관객만 참여할 수 있다. 국악박물관은 24일부터 27일까지 정상 운영하며, 전시를 본 뒤 스탬프 미션에 참여하면 하루 200개 한정으로 기념품을 준다.
지역에서도 무대가 열린다. 25일 오후 3시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의 ‘희경루방회도’가 공연된다. 보물로 지정된 같은 이름의 그림을 모티브로 전통춤과 음악에 극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국립남도국악원은 25일과 26일 오후 3시 진악당에서 새 마당극 ‘대동장터’를 선보인다. 진도 오일장을 배경으로 약장수·엿장수·뻥튀기 장수·만물상이 ‘장사의 신’ 자리를 놓고 벌이는 소동극이다.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국립국악원 유튜브에서는 24일부터 30일까지 추석 특별공연 영상 7편이 공개된다.
연휴에 밀도 높은 연극을 보고 싶다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가면 된다. 영국 국립극장의 공연 실황을 고화질 영상으로 배급하는 NT Live 최신작 세 편이 25일부터 27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국내 처음 공개된다. 25일 ‘서쪽 나라의 멋쟁이’는 아버지를 죽였다고 고백한 청년이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는 마을을 그린 존 밀링턴 싱의 문제작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니콜라 코클란이 페긴 역을 맡았다. 26일 상영되는 ‘모두가 나의 아들’은 명연출가 이보 반 호프가 아서 밀러의 고전을 미니멀하게 다시 읽은 무대다. 올해 올리비에상 최우수 리바이벌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조 켈러 역은 브라이언 크랜스톤이다. 27일 ‘더 피프스 스텝’은 잭 로던과 마틴 프리먼 두 배우가 90분간 벌이는 심리전이다. 세 편 모두 한국 무대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배우와 연출의 조합이라 값어치가 크다. 3년 만에 해오름극장으로 돌아온 NT Live 상영이라는 점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