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11년 만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던 삼성. 최근 부진한 경기력으로 KT에게 사실상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헌납하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이대로 정규리그를 마감한다면 가을야구에 진출한다고 해도 떨어진 팀 분위기로 인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오르기는커녕 업셋을 당할 위기다. 분위기 쇄신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삼성이다.
삼성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롯데와의 원정 경기에서 6-13으로 패하며 롯데와의 2연전을 2패로 마무리했다. 하위권 롯데에게 2경기 연속 덜미를 잡히면서 2위 삼성(76승3무52패)은 선두 KT(78승4무47패)와의 승차는 3.5경기 차로 벌어졌다.
불과 10경기 전만 해도 삼성이 선두였지만, 최근 10경기에서 4승6패를 당하는 사이 KT는 무려 8승1무1패라는 대상승세를 달리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15경기를 남겨놓은 KT가 8승7패를 거둔다고 가정할 경우, 13경기를 남겨놓은 삼성은 11승2패를 해야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역전 우승은 힘들어졌다.
이제 위를 바라볼 여유조차 사라졌다. 3위 LG가 최근 7연승을 달리며 바짝 쫓아왔다. 75승1무55패를 기록 중인 LG와의 승차는 이제 단 2경기. 까딱하면 3위로 내려앉아 준플레이오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해야 할 판이다.
삼성에게 20일 경기는 너무나 뼈아픈 패배였다. KT와의 선두 경쟁을 떠나 선발 매치업부터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 판이었다. 삼성은 토종 선발 원태인을 내세운 반면 롯데는 임시 땜빵용 선발인 2년차 우완 김태균을 내세웠다.
삼성 타선은 김태균에게 2이닝 동안 3점을 뺏어내며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했다. 문제는 원태인이었다. 3회까지만 해도 1실점으로 나름 선방하는 듯 했으나 4회 들어 와르르 무너졌다. 결국 3.1이닝 11피안타 2볼넷 9실점(9자책)으로 최악의 피칭을 하고 말았다. 올 시즌 개인 최소이닝이자 최다실점. 시즌 평균자책점도 4.16에서 4.66으로 급격히 치솟았다. 올 시즌 성적만 보면 원태인에겐 토종 에이스라는 칭호는 사치다. 5선발급의 성적을 내는 투수로 전락했다.
팀의 가을야구 명운이 달린 경기에서 최악의 피칭이라니. 그것도 토종 에이스라는 칭호를 받는 투수가. 이날 경기는 삼성에게도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포기하는 경기였지만, 원태인 개인에게도 뼈아픈 한 판이었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원태인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3년차 시즌이었던 2021시즌 14승7패 평균자책점 3.06으로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한 이후 원태인의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매년 150이닝 이상을 책임져줄 수 있는 이닝이터에 3점대 초중반의 평균자책점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삼성을 넘어 토종 선발 다섯 손가락 안에는 꼭 들어가는 투수였다. 2000년생이라 아직 20대 중반인 나이에 경북고 출신이라는 ‘로컬 보이’ 상징성까지. FA 시장에서 못해도 150억원 이상, 200억원을 넘기며 투수 FA 역대 신기록이 예상됐지만, 이날 투구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말았다.
삼성과 원태인에겐 이번 가을이 누구보다 달콤할 것 같았지만, 추석을 앞두고 급작스레 쓰라린 가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