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기자를 대체하기 시작하기까지 남은 시간 D-1113.’
21일 ‘유아넥스트(YOU‘RE NEXT)’ 사이트에 직업 ‘기자’를 입력하자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남은 시간이 나왔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직업이 AI에 언제 대체될지 알려주는 사이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고용 한파 속에서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청년층의 불안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이트에 특정 직업을 입력하면 전체 752개 직업 중 AI 대체 위험 순위와 예상 대체 시점이 제시된다. 이용자들은 SNS에 자신의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면서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내거나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아넥스트’에 따르면 한국에서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프롬프트 엔지니어, 데이터 라벨러, 텔레마케터, 웹 퍼블리셔, 데이터 입력원, 번역가 순이다. 이 순위는 AI가 계산한 결과에 따라 나열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이용자가 번역가의 대체 시점이 내년 3월로 제시된 결과를 공유하자 SNS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엑스(X)의 한 이용자는 “AI 번역은 학술 논문과 보고서에서 유용하고 문학, 에세이 같은 경우는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이상 좋은 번역을 뽑아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이용자는 “AI가 번역한 거 검수하는 소수의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테스트가 확산된 배경에는 심화된 고용 불안 속에서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청년들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9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AI로 인한 대체를 우려하는 청년들의 인식도 설문조사에서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AI 확산에 따른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에 따르면 청년 응답자의 53.9%는 향후 5년 내 현재 또는 희망 직무가 AI로 대체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재직 중이거나 구직 활동 중인 만 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구직 청년 315명 중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63.8%로 재직 청년 685명(49.4%)보다 14.4%포인트 높았다.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이 이미 취업한 청년들보다 AI에 따른 직무 대체 가능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층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AI 확산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AI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AI 기술 수준에서 일부 과업의 자동화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전체의 72%로 추정됐다. 10년 후 노동시장에서는 연간 약 25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앞으로 AI 확산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에 대비해 노사정 협력과 사회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쓴 남창우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와 기업, 정부가 직무전환 훈련과 임금체계, AI 윤리 가이드라인 개편 등을 논의하는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사회안전망을 정비해 구조적 전환으로 일시적 실직이나 소득 감소를 겪는 근로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