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49% 감소… 세제개편안·금리인상 등 영향 갱신권 인정 등 추가 대책 발표에 매물 증가세 지속, 시장은 관망 압구정 현대 등 초급매 10건 거래 약정도… "세제개편 향배 보며 움직일 듯"
정부가 지난 17일 토지거래허가구역내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을 내년 말로 재연장한 가운데 지난 주말 서울 아파트 시장은 대체로 관망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세제개편안 발표 후 급매물이 늘어난 강남은 물론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강북지역도 매수 문의가 크게 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다만 최근 초급매물이 쏟아진 강남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에선 저가 매수가 이뤄지며 바닥을 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건수는 총 3천340건(계약해제건 제외)으로 전월(5천841건) 대비 48.8% 감소했다.
8월 계약분은 거래신고 기간이 이달 말까지로 열흘 정도가 남아 있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강남지역은 세제개편안 영향으로 급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가격 추가 하락을 기대한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다. 반면 최근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15억원 이하 강북 일부 지역은 강남과 달리 매물이 감소한 데다 단기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관망세가 이어진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잇달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대 중후반까지 높아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내 무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기간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로 1년 연장하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까지 인정해 최장 3년 3개월간 실입주를 유예해주기로 하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소폭 확대됐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총 7만2천81건으로 지난달 3일 세제개편 발표일 6만409건 대비 19.3% 증가했다.
특히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추가 유예가 발표된 지난 17일에는 7만2천413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대출 금리 상승, 세제개편안 영향으로 매수세가 크게 늘어나진 않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구역내 무주택자의 실거주 의무는 유예됐지만 이 동네는 대출 최대한도가 2억∼4억원 이하로 막혀 있다 보니 정작 현금 보유액이 적은 무주택자는 매수가 어렵다"면서 "무주택자가 임차인을 끼고 매수한다 해도 실입주가 일정기간 유예될 뿐이어서 현금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권도 대체로 관망세가 이어졌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한강이 보이는 최고 로열층 로열동이 최근 역대 최고가에 거래 약정이 되긴 했지만, 그런 특수 물건 외에는 급매물에도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추가로 인정한다 해도 거래량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파른 중랑구와 성북구,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15억원 이하 아파트 밀집 지역은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이 거래량 감소로 이어졌다.
서울 중랑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210건에서 7월에는 501건으로 급증했으나 8월은 현재까지 신고 건수가 188건에 그치고 있다.
노원구도 지난 4월 1천20건까지 거래량이 늘었다가 7월에는 733건, 8월은 현재까지 461건만 신고됐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월세난이 심화하며 임차수요가 매수로 돌아섰다가 최근 가격이 너무 올라서 매수자들도 주춤하는 분위기"라며 "내달부터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고 갱신권 사용도 허용되면 임차인 입장에선 최장 2년은 더 살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지만 집주인이 매물을 더 내놓을 이유가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금호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세제개편안에서 세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주택 세 부담 범위나 비거주 1주택자 세제 차등화 여부 등이 확정돼야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며 "실제 매매 거래는 내년 하반기는 돼야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종전 최고가 대비 20∼30% 이상 떨어진 일부 초급매물에는 매수세가 붙는 모습도 보인다.
세제개편 발표 직후 급매물이 급증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는 최근 다시 가격이 싼 매물부터 거래가 늘면서 이달 둘째 주부터 10여건의 거래약정이 이뤄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압구정 구현대 전용 84㎡ 저층은 46억원과 46억2천만원에 각각 약정서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최고 64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18억원(28%) 하락한 초급매물이 팔린 것이다.
한양4차 전용 101㎡도 최근 46억원에 거래됐다.
압구정 케빈공인 김세웅 대표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 급매물이 크게 늘었다가 2주 전부터 바닥이라고 인식한 매수자들의 문의가 늘기 시작했다"며 "역대 최고가 대비 10억원 이상 하락한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되고 있는데 보유세, 양도세 강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래가치를 보고 매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전반적인 매수세 증가로 이어지기에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고 세제개편안의 국회 논의 향배도 변수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봐가며 매도, 증여, 교환거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최적의 절세 방안을 찾으려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물이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은 거래가 크게 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