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락스만 뿌렸는데…곰팡이 뿌리 뽑는 의외의 주방 재료

독한 냄새 참을 필요 없이, 걸쭉하게 반죽해 틈새까지 싹 없애는 비법

베란다 구석이나 화장실 변기 아래 실리콘에 까맣게 파고든 곰팡이를 마주할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락스다. 분무기에 담아 사방으로 뿜어내고 창문을 활짝 연 채 반나절을 웅크려 있어도 코를 찌르는 염소 냄새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다. 환기가 쉽지 않은 계절일수록 락스 청소는 고역에 가깝다. 냄새를 참아가며 박박 문질러도 깊숙이 박힌 검은 흔적은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고 며칠 지나지 않아 스물스물 기어올라오기 일쑤다.

욕실 구석과 실리콘 기공 사이로 파고든 만성적인 검은 오염의 실체. 셔터스톡 제공

 

문제는 실리콘이라는 자재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고무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 실리콘 표면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틈새와 기공이 무수히 존재한다. 곰팡이는 이 틈새 사이로 포자를 밀어 넣으며 깊숙이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겉면에 남은 흔적만 대충 문질러 닦아내봐야 내부의 생존 조직이 살아남아 금방 다시 까맣게 고개를 드는 것이다.

 

화학 및 생활과학계의 분석에 따르면 락스 없이 깊은 곰팡이를 말끔히 지우는 해답은 주방 구석에 방치된 과탄산소다와 밀가루에 있다. 시중에서 파는 독한 세정제 대신 집에 있는 소소한 재료를 섞어 실리콘 틈새 속까지 깊숙이 작용하도록 만드는 비법이 평범한 그릇 안에서 완성된다.

 

과탄산소다는 물과 만나는 순간 강력한 산화 작용을 일으켜 산소 거품을 뿜어낸다. 이 거품이 곰팡이의 세포벽을 무너뜨리고 뿌리째 없애버리는 원리다. 다만 너무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산소가 급격하게 발생해 자칫 용기가 부풀거나 거품이 튀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손으로 만졌을 때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40도 안팎의 미지근한 온수를 사용하는 것이 반응 속도와 안전성을 모두 챙기는 핵심 요건이다.

화학적 자극 없이 미온수 속에서 활성화되는 안전한 산소 거품 반응. 셔터스톡 제공

 

분말 형태의 과탄산소다를 물에 대충 개어 벽면에 뿌리면 수직으로 흘러내려 정작 곰팡이가 깊게 박힌 부위에 머무르지 못하고 효과가 떨어진다. 게다가 과탄산소다는 성분이 강하기 때문에 맨손으로 장시간 만지면 피부에 자극이 갈 수 있어 반드시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밀가루다. 미세한 전분 입자가 과탄산소다 용액의 끈기를 더해주어 걸쭉한 풀 형태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집에 밀가루가 없다면 요리에 쓰고 남은 감자나 옥수수 전분가루를 대신 사용해도 훌륭한 점성 조절제가 된다. 덕분에 곰팡이가 피어오른 수직 실리콘 면이나 창틀 틈새에 흘러내림 없이 찰싹 밀착된다. 반죽이 제자리에 단단히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소 거품이 실리콘 기공 내부로 파고들어 곰팡이의 뿌리를 흔드는 체류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동시에 청소 중 주변으로 가루가 날리는 불편함도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야에 미지근한 온수를 붓고 과탄산소다를 녹인 뒤 밀가루나 전분가루를 조금씩 더해가며 묽기를 맞춘다.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치약보다 조금 더 묵직하고 걸쭉한 반죽이 완성되면 청소용 솔이나 안 쓰는 칫솔을 이용해 곰팡이가 낀 자리에 두툼하게 펴 바르면 된다. 락스 특유의 숨막히는 냄새 대신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나는 소리만 조용히 이어진다. 

수직 면에서도 흘러내리지 않고 착 달라붙는 꾸덕한 반죽의 질감. 셔터스톡 제공

 

반죽을 바른 채로 오염의 정도에 따라 약 30분에서 1시간 이상 그대로 두면 된다. 미세한 산소 방울들이 곰팡이의 색소를 지우고 내부 포자의 근간을 흔드는 동안 따로 힘을 들여 문지를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흐른 뒤 물티슈나 젖은 수건으로 슥 밀어내듯 닦아내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던 실리콘이 거짓말처럼 새하얀 원래의 색을 되찾는다. 화장실 세면대 아래나 타일 줄눈 사이에 깊게 낀 곰팡이 역시 이 반죽을 활용하면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검은 자국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곰팡이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바깥과의 온도 차이로 인해 창틀이나 벽에 맺히는 물기와 습기 때문이다. 곰팡이를 깨끗이 닦아낸 자리에 마른 수건으로 남은 물기를 꼼꼼히 닦아내고 선풍기 바람을 잠시 쐬워 바짝 말려주어야 세균성 포자가 다시 발아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문지르는 수고를 덜고 말끔히 되찾은 실리콘의 원래 색상. 셔터스톡 제공

 

이렇듯 독한 약품 냄새에 머리가 아프지 않아도 주방의 흔한 재료만으로 집안 위생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다. 창틀 구석에 방치된 까만 곰팡이가 눈에 거슬린다면 오늘 당장 과탄산소다와 밀가루를 꺼내어 지저분한 흔적을 말끔히 지워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