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개방형 직위 과장급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정보보호 컨설팅 업체 대표 B씨와 금전으로 얽힌 ‘상부상조’ 관계가 남달랐다. A씨가 2024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근무하는 동안 서로 ‘형님’, ‘아우’ 해가며 일감도 챙겨주고, 그 대가로 다양한 금품·향응을 주고받았다.
21일 감사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B씨로부터 “이번 설날에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와 ○○호텔에서 하루 보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라며 인천 소재 숙박시설 이용을 권했다. B씨는 1박에 88만원인 호텔 예약 내역을 텔레그램으로 건넸고, A씨는 “아우님! 감사합니다!”라고 답장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B씨 회사는 2억4000만원어치 서울시 일감을 따냈다.
A씨는 같은 해 5월에는 B씨 회사의 법인카드도 건네받았다. 둘이 저녁 식사를 마친 뒤 B씨가 모는 차 안에서였다. B씨는 A씨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형님,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시기도 하고 형님과 형수님도 아프니 이걸로 건강식품이라도 챙겨서 드세요”라며 푸른색 법인카드를 건넸다. “부담 갖지 마세요. 한도는 월 200만원입니다.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라고도 했다. 이후 A씨는 B씨 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결재를 했다. B씨는 텔레그램으로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마음 졸이고 있는데 해갈해주는 단비 같다”며 연신 감사 표시를 했다.
B씨는 A씨의 모친과 배우자는 물론 자녀들도 살뜰히 챙겼다. 2025년 7월 그는 A씨에게 “형님 애들은 좋은 데도 경험해봐야지 사회에 나가서도 도움이 된다”며 서울 시내 호텔 2박 3일 숙박을 예약해줬다. 킹사이즈 객실 2개에 마사지·사우나·수영장 등 시설 이용, 조식이 포함된 268만원 상당의 숙박권이었다. B씨는 그해 12월엔 A씨 자녀의 학업성취를 기원하며 “다음번 연초에 뵐 때는 맥북(애플 노트북) 드리겠다”고 문자했고, A씨는 “헐 아우님! 이렇게 기뻐해 주시고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동입니다. 황송합니다”라고 답장했다. 그러고선 B씨 회사와 계약해 수행한 준공검사 문서를 검토·결재했다.
올해 1월 B씨는 약속했던 16인치 맥북 프로를 차량 트렁크에서 꺼내 A씨에게 건네줬다. 378만원짜리 그 노트북은 감사원 감사 당시까지 미개봉 상태였다고 한다. 이 밖에도 식사, 골프 접대 등 각종 향응도 두 사람 사이에서 빈번히 오갔다. A씨가 이런 식으로 받아 챙긴 금품·향응은 건네받은 법인카드 사용액까지 포함해 2900만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는 총 51번 긁었는데 식사비, 의류비 등에 주로 썼다.
이날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의 지역 토착비리 공직감찰 결과를 공개했다. A씨는 감사 과정에서 금품·향응 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 성실히 공직생활을 한 점, 병환 중인 노모를 간병하는 점 등을 감안해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B씨에게 특혜를 제공하라고 부당한 지시를 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없는 점을 들어 금품 수수의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카드 사용액을 전액 변제했다는 소명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울시도 감사 결과를 수용하며 재발 방지 의지를 밝혔다. 감사원은 A씨를 금품수수·공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