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어 세계 성직자 협력망 확대… 세계평화 기여 종교 역할 재정립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70년-글로벌 평화운동]

초종교·초교파운동의 결실

2000년 5월 미국의 17개 교단 성직자 120명이 한국을 찾았다. 교파와 인종의 벽을 넘어 교회가 사회적 화해와 세계평화에 기여하자는 취지였다. 이때 이들을 초청한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미국성직자협의회(ACLC)를 창설했다.

2019년 12월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세계성직자협의회(WCLC) 창립대회에서 한학자 총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WCLC는 세계 성직자들이 평화를 위해 협력하는 연대체로 출범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성직자 연대

 

ACLC에는 백인·흑인·아시아계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성직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함께 예배하고 교류하며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응했다. 교회가 교세 확장과 교파 간 경쟁에 머물지 않고 가정회복과 인종·계층 갈등의 치유라는 공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티 오브 레퓨지 교회의 노엘 존스 주교는 이 운동에 참여한 대표적인 기독교 지도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목회자인 그는 인종과 교단의 경계를 넘어 성직자들이 연대하고 기독교의 사랑과 화해를 사회와 세계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2012년 문선명 총재 성화 이후 한학자 총재는 종교화합운동을 계승하면서 이를 세계 종교지도자들의 지속적인 협력체제로 발전시키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 중요한 결실 가운데 하나가 세계평화종교인연합(IAPD)이다.

 

2017년 11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IAPD 창설대회에는 세계 60여 개국에서 종교지도자와 신앙기반단체 관계자, 정치인과 학자, 시민사회 지도자 등 4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갈등과 빈곤, 테러와 극단주의를 극복하는 데 종교도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IAPD는 정치인과 학자, 경제인, 언론인 등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들과 협력해 세계적 과제의 해결에 나서는 것을 지향했다.

 

한국을 거쳐 세계로

 

미국에서 축적된 ACLC의 경험은 한국의 성직자 연대로도 이어졌다. 2019년 10월 서울에서 대한민국성직자협의회(KCLC)가 창립됐다. 창립대회에는 국내외 성직자 700여 명이 참석해 교파의 차이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가정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KCLC는 분단과 이념, 지역과 세대의 갈등을 겪는 한국 사회에서 성직자들이 갈등의 한쪽에 서기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화해의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주민도 이념과 체제를 넘어 한민족, 나아가 한 가족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무엘 하데베 선지자도 KCLC 창립 과정에 참여했다. 그는 식민지배와 인종차별, 종족 갈등을 경험한 아프리카에서 서로 다른 종교와 공동체의 협력을 강조해 온 종교지도자다. 종교가 영혼을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정과 청년, 빈곤과 사회갈등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성직자협의회(KCLC) 창립행사에 참석한 국내 성직자들. 종교와 교파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신통일한국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70여 개국 성직자들이 한자리에

 

KCLC 창립 두 달 뒤인 2019년 12월 28일, 미국 뉴저지 뉴어크의 프루덴셜센터에 세계 70여 개국에서 온 성직자들이 모였다. 기독교를 비롯해 이슬람교·힌두교·불교·유대교 등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인종과 국가, 교파의 차이를 넘어 평화를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세계성직자협의회(WCLC)가 공식 출범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ACLC의 성직자 연대와 세계 종교지도자들을 연결한 IAPD, 한국의 KCLC가 WCLC라는 세계적 네트워크로 이어지면서 종교평화운동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오랜 기간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추진해 온 종교화합운동은 모든 종교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각 종교의 교리와 전통을 인정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 사랑과 정의, 평화라는 공동의 가치를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었다.

 

기독교 내부의 초교파운동에서 시작된 종교평화운동은 종교 간 대화와 분쟁 현장의 평화운동을 거쳐 세계 성직자들의 협력망으로 확대됐다. 교파의 벽에서 종교의 벽으로, 다시 인종과 민족, 국가의 벽을 넘어온 지난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