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끝나 병풍 걷는데 문득 기러기 소리 들린다.
작년에 날아왔던 길 더듬더듬 다시 더듬어 오는
하늘에 깔린 기러기 몇
향합에 사른 한 오라기 연기에 이끌려 와
흠향(歆饗) 다 하고
구천으로 되돌아가는 누구누구 일행들 같다.
여느 날이 여느 날이고 그날이 그날인
세월 여전하지만 사노라 아귀다툼인 세상 내려다보며
그래도 저 삶이 그중 살 만했다고
누구누구와 기러기가
일행처럼 낄,낄,낄 마주 터놓고 웃는 웃음소리도
이 아침 나는
천심의 푸른 열두 폭에다 병풍 걷듯 접어 간직노니
가윗날 추석이다.
며칠 뒤면 추석이다. 정성으로 마련한 차례상 앞에 온 가족이 모여 조상께 감사를 올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상 내가, 내 주변이 그런 모습으로부터 멀어진 지는 이미 오래다. 아무래도 모든 게 옛날 같지는 않다. 명절은 모처럼의 휴가일 뿐, 그 며칠간 무엇을 하면 좋을지 들썩이며 궁리한다.
시를 읽자니 잊고 지낸 재래의 풍습이 돌연 선명해진다. 차례가 끝난 아침 문득 날아든 기러기 몇 마리와 흠향을 한 뒤 “구천으로 되돌아가는 누구누구”. 그들 사이 가뜬히 번지는 웃음. 정답고 평화롭다. 이 아침의 귀한 평화를 푸른 하늘에다 “병풍 걷듯 접어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깨끗하게 다가온다. 이는 결국 떠난 이들의 안식을 바라는 성심이자 “사노라 아귀다툼인 세상”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