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아버지’ 전경철씨가 마치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온 것이.
그렇기에 새하얀 수의를 입고 조용히 눈을 감은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재단 파트너 후보 기업과의 중요한 만남을 이틀 앞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까.
오랜 투병으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이었지만, 그는 의료진의 예상을 훌쩍 넘어 1년이나 더 버텨냈다. 그를 지탱하던 첫 번째 기둥은 사랑하는 아들이었고, 두 번째 기둥은 피터팬 재단이었다. 아들의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이후에는 재단 설립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일이 병자에겐 무리였을 터.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간절함이 그를 숨 쉬게 했다. 연일 이어지는 북 콘서트와 방송 촬영에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도 눈빛만큼은 생기로 반짝였다. 재단 설립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며, 이 재단이 서면 다른 부모와 아이들의 비극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며 소년처럼 웃곤 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재단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어떻게든 재단 설립을 완수하겠다”며 눈물로 약속한 이유일 것이다.
전씨가 떠난 뒤 재단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빠르게 식어가는 듯하다.
재단 설립을 위해 선뜻 약정금을 약속했던 시민 중 절반가량이 묵묵부답인 상태다. 이 상황에서 파트너로 참여하겠다며 논의를 이어가던 기업들도 선뜻 나설지 미지수다. 재단을 위해 전씨와 의기투합했던 발달장애 분야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지를 불태우고는 있지만, 갑작스러운 전씨의 죽음 뒤 찾아온 난관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전씨에 대한 애도와 함께 발달장애인 정책 개선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비극을 멈추기 위해 정책적 고민을 나누는 것은 분명 의미 있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순간의 정치적 수사와 정책 발표만으로 고인이 피로 쓴 유지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사각지대에 방치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현실은 여전하다.
본지의 기획 기사 ‘죽어야 끝나는 돌봄’ 사연자 중 한 명인 박정란씨는 최근 “아이의 체구가 크다”, “행동 장애가 거칠어 돌볼 인력이 없다”며 최중증 돌봄센터 입소를 거부당했다고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이름은 ‘최중증’ 통합돌봄이지만 정작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그 대상이 아닌 셈이다. 전씨가 간암 말기의 몸으로 마지막 생명을 쥐어짜 내며 재단을 세우려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죽음의 목전에서조차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해 부지런을 떨던 전씨의 몸은 이제 한 줌 재가 돼 선산과 아들의 새 보금자리에 나뉘어 안장됐다. 그렇다고 그와 수많은 피터팬 부모들의 염원이 담긴 재단까지 무(無)로 돌아가서는 안 될 일이다. 대통령의 한마디, 기업과 시민들의 관심이 향한 곳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피터팬 가족들의 염원이지, 이를 호소하는 한 시한부 남성은 아니었을 터다. 이따금 안부를 묻던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선하다. 이제 수화기 너머로 더는 그의 안부를 물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늘 더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