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 방지 넘어 기후·생태·경제 연결… ‘미래 가치’ 창출 [지방기획]

한국·중앙아 ‘그린로드’ 연대

MOU 중심서 정상회의 포럼 격상
과학기술 접목 기후변화 대응 확대
亞산림협력기구 ‘실행 플랫폼’ 역할

韓 산림위성 공유… 생태계 정밀 관리
탄소거래로 기후재원 마련→재투자
중앙아 5개국과 4대 협력과제 채택

아시아가 직면한 산림·기후위기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에서도 한가운데에 있는 중앙아시아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이다. 광범위한 건조·반건조 지역과 고산지대인 중앙아의 기후는 매우 건조해 사막이 대부분이다. 일부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 지역도 있지만 이마저도 사막화로 인해 푸른 초원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고산지대 빙하의 급속한 감소는 수자원 부족과 가뭄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토지 건조화와 산림 황폐화는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인다. 아랄해 유역에서 발생하는 염분 먼지는 국경을 넘어 인접 국가의 환경과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단일 국가 차원의 대응을 넘어 초국경적 협력이 요구된다.



국가 경계를 넘어 유라시아 지역 전체의 생태적 안정성과 지속가능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공동의 과제가 된 배경이다. 한국은 산림복원 경험과 기술력, 디지털 산림관리, 산림재난 대응 역량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황사와 사막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독보적인 산림녹화 성공 경험과 정보통신기술(ICT) 관리 기술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한국은 2013년 중앙아시아 5개국과 산림분야 업무협약을 맺고 이들 국가의 산림복원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로 잇는 푸른 길, 한·중앙아 산림협력

한국 산림청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는 지난 14∼15일 서울에서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초국경적 산림협력과 공동 대응 실행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의 장인 ‘제1차 한·중앙아 산림·기후대응 장관급 포럼’을 열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산림 협력은 2013년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동안 아랄해 지역 1만㏊ 조림과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한 양묘장 조성, 지역 주민의 생계 향상을 돕는 혼농임업 지원 등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들이 추진됐다. 한국은 중앙아 5개국과 양자사업 2건, 다자사업 8건 등 모두 86억원에 이르는 사업을 추진했다. 2026년 현재 양자사업 2건, 다자 4건에 모두 14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기존 MOU 중심의 산림·기후대응 협력을 장관급 포럼으로 격상해 실질적인 이행력을 갖춘 산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은 이들 5개국에 산림복원과 재난 대응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는 상징성을 고려해 1차 포럼 개최국이 됐다. 앞으로 한국과 중앙아 5개국 등 6개국이 격년으로 돌아가면서 포럼을 개최한다. 2028년 2차 포럼은 카자흐스탄에서 진행된다.

포럼엔 박은식 산림청장과 야스민 푸아드 UNCCD 사무총장, 박종호 AFoCO 사무총장, 압두하키모프 아지즈 우즈베키스탄 생태기후변화국가위원장, 고시자노프 오베즈겔디 투르크메니스탄 환경보호부 장관, 샤르비예프 누르켄 카자흐스탄 생태천연자원부 장관, 유스프조다 압두자보르 가이랏쇼 타지키스탄 산림청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 산림 협력은 단순한 산림 조성을 넘어 과학 기술을 활용한 체계적인 관리와 기후위기 대응으로 확장하고 있다. 산림을 중심으로 한 토지 회복과 물 저장 능력 증대, 황사 대응, 탄소배출 등에 대한 논의는 토지 건강성과 안전성 증진을 도모해 토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이번 첫 포럼엔 UNCCD와 AFoCO가 공동주최단체로 참여해 협력안 실행력 증대에 힘을 실었다. UNCCD는 포럼의 의제인 토지복원 목표를 구체화하고 확장 가능행동으로 전환하기 위한 견고한 제도적 틀 마련에 돌입했다. 지역 차원의 목표를 UNCCD의 글로벌 토지황폐화중립 이니셔티브와 연계해 이번 포럼이 중앙아시아가 직면한 고유한 생태적 도전과제를 국제 환경 의제로 높이는 전략적 기회를 마련키로 했다. AFoCO는 이런 산림·기후 이니셔티브를 현장에서 실행하기 위한 핵심 실행 플랫폼 역할을 수행했다. 지역 차원의 기후행동 분야에서 입증된 성과를 보유한 정부 간 기구로서 AFoCO는 국경을 초월한 탄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산불 조기경보체계 구축, 초국경 산림병해충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 전문성, 현지 전문성, 유연한 제도적 역량을 지원에 나선다.

◆디지털 산림복원 지원 등 4대 협력과제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협력하기로 한 분야는 크게 △첨단 산림위성 데이터 공유·모니터링 △국제 온실가스 감축사업(REDD+)과 탄소배출권 확보 △아랄해 염해 복원 및 사막화 방지 사업 확대 △공적개발원조(ODA) 전문 인력 양성·기술교류 정례화 4개 분야이다.

중앙아시아의 아랄해 사막화와 토지황폐화, 가뭄·빙하 감소는 수자원 갈등과 산불 등을 야기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발생을 줄이기 위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국가 차원에서 각각 연간 20억그루와 2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게 목표다. 타지키스탄은 6만6000㏊ 규모의 산림 복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산림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림청은 농림위성을 활용해 구축한 디지털 산림관리 체계를 중앙아시아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 7월에 발사한 한국 농림위성은 특정 군락 내 식물들이 정상적으로 발아하고 성장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식물 활력도’ 감지에 최적화돼 산림 식생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위성 데이터로 황폐지를 감지하고 조림 적지를 선정한 뒤 복원 성과, 탄소흡수량까지 원스톱으로 측정·관리하는 정밀한 생태계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다.

건조지 복원과 탄소사업을 연동해 기후재원을 마련해 산림복원 재투자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도 확보한다. 아울러 중앙아시아의 산림복원 성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보고·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탄소흡수원을 확충한다. 이를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지원하고 기후협력을 촉진하는 ‘파리협정 제6조’와 연계해 국제 감축 협력으로 확장한다.

이번 포럼은 한국의 기술과 UNCCD의 토지황폐화중립(LDN), 평화이니셔티브, AFoCO 등 국제기구의 정책과 재원 플랫폼, 중앙아시아의 현장 실행역량을 결합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중앙아 산림협력을 기후·생태·경제를 연결하는 ‘그린로드’라는 공동 비전 아래 구체화하겠다”며 “나무 심는 것을 넘어 과학적으로 복원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산림협력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