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이틀만 만끽”… 亞챔프 이현중, 다시 NBA 노크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기사입력 2026-09-21 20:52:50 기사수정 2026-09-21 22:53:51
농구 金 품고 숨가쁜 미국행
병역 부담 덜고 美무대 도전장 트레이닝 캠프·G리그 등 타진 母 성정아도 36년 전 女농구 金 유기상 등 代 이은 금메달 화제
금메달을 목에 건 ‘에이스’ 이현중(26·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이 우승의 기쁨을 뒤로하고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이현중은 21일 대표팀과 함께 귀국해 가족과 추석을 보낸 뒤 26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게 된 그가 향하는 곳은 오래전부터 꿈꿔온 미국프로농구(NBA)다. 우승 직후 이현중은 “금메달은 오늘, 내일까지만 기뻐하겠다. 이제 미국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지난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67-57로 꺾고 6전 전승으로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섰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정상에 오른 것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1970년 방콕, 1982년 뉴델리,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에 이은 통산 5번째 우승이며, 해외 원정 대회 금메달은 1982년 뉴델리 이후 44년 만이다.
농구 이현중 금의환향… 베이징대회 金 출신 어머니와 활짝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농구가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데 앞장선 이현중(오른쪽)이 2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마중 나온 어머니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와 환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성 이사와 이현중은 ‘모자(母子) 메달리스트’가 됐다. 인천공항=뉴스1
이현중은 6경기 내내 한국 공격의 중심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23득점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전 24점 10리바운드, 조별예선 일본전 16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요르단과의 8강에서는 양 팀 최다인 28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 이란과의 준결승에서는 26점 14리바운드로 결승행을 이끌었다. 다시 일본과 만난 결승에서는 3점슛 5개를 포함해 27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더블더블을 작성하는 등 존재감을 뽐냈다.
무엇보다 이번 금메달은 이현중에게 병역 부담을 덜고 해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NBA 스타 스태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나온 미국 데이비슨대를 졸업한 그는 2022년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뒤 G리그와 서머리그, 호주와 일본 무대를 거쳤다. 2025~2026시즌 일본 B.리그 나가사키 벨카에서 뛰며 우승을 경험한 뒤 다시 NBA 서머리그에 참가했고, 이달 초 포틀랜드와 1년 비보장 ‘이그지빗 10’(Exhibit 10) 계약을 맺었다. 정규시즌 로스터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지만 트레이닝캠프에서 경쟁할 기회를 얻었고, 로스터 진입이 불발될 경우 G리그를 통해 미국 무대에 남을 가능성도 있다.
병역 혜택과 관련해 이현중은 “안 기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면제받았다고 대표팀이 끝은 아니다. 안 가는 만큼 더 열심히 해서 한국 농구에도 기여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다”며 “앞으로 월드컵, 올림픽, NBA 다 하고 싶다. 한국 농구가 잘한다는 소리를 듣도록 더 열심히 나아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금메달에는 농구 가족의 역사도 함께 새겨졌다. 이현중의 어머니 성정아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는 현역 시절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한 센터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과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36년 뒤 아들이 같은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면서 모자(母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현중은 “어머니가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오늘도 ‘너처럼 해라’고만 짧게 말씀해 주셨다”며 “어머니 같은 사람이 가족이라 내가 겸손해질 수 있었다. 어머니의 존재가 내겐 큰 행운”이라고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표팀 슈터 유기상(25·창원 LG)도 부모의 금빛 계보를 이었다. 아버지 유영동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를 따낸 정구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 박영아씨는 역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정구 금메달리스트다. 유기상은 “엄마와 아빠 모두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셔서 저도 그런 업적을 이루고 싶어서 정말 간절했다”고 털어놨다. 부상으로 결승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벤치에서 우승을 함께한 뒤 아버지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형제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장면도 나왔다. 문정현(25·수원 KT)과 문유현(22·안양 정관장) 형제는 모두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으로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