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징계 피하려… 장윤기 강간살인 정황 은폐”

경찰청 특수단, 진상조사 결과
“前 광산서장 몸 사리기식 지시”
‘국수본 부당 지시는 없다’ 결론
검찰 조사 결과와는 달라 논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장윤기에게 단순 살인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박성주(60) 전 국가수사본부장의 부당한 지시가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이는 박 전 본부장이 경찰서 실무진의 여러 차례 건의에도 강간과 살인을 수사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한 검찰 판단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5월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장윤기 모습. 연합뉴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21일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국수본과 광주경찰청이 장윤기 사건의 전문성과 사건의 진척도를 고려해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에서 분담해 수사할 것을 지시하고 성적 목적 여부를 확인하도록 일관되게 수사지휘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특별수사단은 전 광산경찰서장이었던 김모(58) 경무관이 ‘몸 사리기식’ 지시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수사 과정에서 강간 살인 혐의를 수사할 수 있는 정황과 증거가 다수 확보됐지만, 김 경무관이 사회적 비난, 징계 등 불이익을 우려해 살인사건과 스토킹·성폭행 사건 간 관련성을 차단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자취방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과 납치에 사용된 차량의 뒷문이 열려 있었던 정황 등에도 불구하고 성범죄 목적을 숨기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봤다. 김 경무관의 부당지시 사례로는 스토킹·성폭행 피해자인 ‘외국인 여성’과 관련한 표현을 제외하도록 한 수사보고서, 성적 목적은 제외한 피의자 조사 범위, 블랙박스 영상분석 수사보고서 수정 등을 제시했다.

 

특별수사단 오동욱 단장은 “거듭된 부실 대응으로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는 사회적 비난과 징계 등 불이익을 우려해 살인사건과 강간의 관련성을 차단하려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 관계자가 21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특별수사단은 광산서 수사팀이 장윤기의 범행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살인죄가 아닌 형법상 살인죄로 죄명을 축소 적용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편성됐다. 7월5일 수사에 착수한 특별수사단은 장윤기의 단순 살인죄 적용에 국수본 지시가 아닌 광산서가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2일 언론 브리핑에서 장윤기 사건은 살인과 성범죄 사건을 분리해 수사한 것이 결국 부실수사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그 배경에는 112 신고 초등 대응 과정의 문제를 의식한 지휘부의 판단이 있었다고 봤다. 광주지검은 지난 2일 박 전 본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