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하루는 곧 국정의 흐름이다. 한마디 발언과 하나의 일정, 작은 결정 하나에도 정부가 향하는 방향이 담긴다. ‘청와대 24시’는 대통령의 말과 대통령실의 움직임을 하루 단위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하루 동안 있었던 주요 발언과 정책, 현장의 분위기를 핵심만 간결하게 담았다. 오늘의 국정을 가장 빠르고 쉽게 읽는 기록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를 이끌어온 강 실장의 전격 사의 표명에는 최근 확산한 ‘인사 책임론’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며 사의 수용 여부를 유보했다.
①靑 “종합적 책임 지는 차원”…‘인사 책임론’ 주요 작용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실장이 오늘 오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수차례 말씀한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 실장을 향해 “우리 비서실장께서 오늘 드디어 졸업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신 것 같다”며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사의 표명 뒤 참모진 단체 메신저 대화방에 “제 거취와 관계없이 대오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며 “흔들림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평소처럼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저 역시 제게 맡겨진 순간까지 한 치의 빈틈 없이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강 실장의 사의가 수용되면 청와대 핵심 참모진 공백도 커진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이달 1일 물러난 데 이어 강 실장까지 퇴진할 경우 3실장 가운데 두 자리가 비게 된다. 강 실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5개월여간 비서실을 이끌었다.
강 실장은 취임 이후 인사위원장으로 장관급 인사를 심의해왔다. 이재명정부는 1기 내각 인선에서 후보자 낙마가 이어진 뒤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검증체계를 보강했지만, 2기 개각에서도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물러나며 책임론이 다시 불거졌다. 특히 김 전 후보자는 여당 주도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된 뒤 자진사퇴했다.
두 후보자가 각종 논란 속 낙마한 데다 김 전 후보자 관련 추가 의혹 탄원서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과 정무적 판단을 둘러싼 책임론이 커졌다. 비서진을 총괄하고 인사위원장까지 맡아온 강 실장이 거취를 던지면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②강훈식 사의 수리 시 靑 ‘3실장’ 체제 변화도 불가피
강 실장은 지난해 6월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뒤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뒷받침해 왔다.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를 겸하며 아랍에미리트(UAE), 캐나다, 폴란드 등을 찾아 방산·에너지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국내 정무와 비서실 관리에 머물지 않고 외교·경제 현안까지 역할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사 문제에서는 책임론이 반복됐다. 이재명정부는 1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 이진숙 전 교육부·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낙마한 뒤 인사수석실을 신설하는 등 검증체계를 손질했다. 그럼에도 2기 개각에서 용 전 후보자와 김 전 후보자가 다시 물러나면서 한 차례 보강한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비판이 다시 불거졌다.
특히 김 전 후보자는 여당 주도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된 뒤 대통령 재가 전 자진 사퇴했다. 이후 추가 의혹 탄원서 보도까지 이어지며 후보자 사전 검증뿐 아니라 논란 이후 청와대의 판단과 대응도 쟁점으로 남았다.
강 실장의 사의에는 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국정 쇄신 기조를 뒷받침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결국 모든 것을 합쳐서 저의 부족 때문”이라며 몸을 낮추고 “인사시스템을 지금 재점검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직접 인정한 데 이어 참모진을 총괄하는 비서실장도 거취를 걸고 책임지는 모양새가 됐다.
최근 청와대의 정무적 대응이 한 박자씩 늦었다는 지적도 강 실장의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개각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김용범 당시 정책실장은 유임됐다가 이틀 뒤 물러났다. 정책 쇄신 메시지가 선명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인사와 정책 현안에서 논란이 이어진 뒤에야 결단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비서실을 총괄하는 강 실장의 정무적 책임도 누적됐다.
이달 초 김 전 정책실장이 물러난 데 이어 강 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청와대 ‘3실장’ 체제의 변화 가능성도 커졌다. 강 실장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두 자리가 동시에 공석이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후속 인선을 계기로 다른 참모진까지 개편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공석인 정책실장 후보군으로는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홍성국 전 의원,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오르내린다.
③李대통령, 김성수 대법관에 임명장…조희대 대법원장과 차담도
이 대통령은 이날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을 계기로 조희대 대법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이후 공식 석상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대접견실에서 김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퇴임한 이흥구 전 대법관에게는 청조근정훈장을 서훈했다. 조 대법원장도 이날 임명장 및 서훈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조 대법원장, 이 전 대법관, 김 신임 대법관과 함께 차담을 나눴다. 다만 청와대는 차담에서 어떤 대화가 이뤄졌는지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이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 대법관을,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김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했으나 손 부장판사에 대해선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 서면제청’이라며 같은 달 28일 재제청을 요구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법원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법원장께서 여러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한다.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음 단계 자체가 제청권자인 대법원장 몫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라 저희가 시기나 방식을 정할 수 있는 건 옳지 않은 사안이라고 본다. 대법관 공석의 무게는 워낙에 크기 때문에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에 대해서 대법원의 답이 오기를 저희는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