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미래 계획 멈췄다”… ‘사회주택 전세사기’ 청년들의 절규

“공공 보증 믿었는데 보증금도
못 받아… 공공 매입 결단해야”
“다들 자기 책임이 아니라며 서로 떠넘기네요. 결혼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려던 시점인데 미래 계획이 모두 멈췄습니다.”

 

A(32)씨는 지난 2020년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에 위치한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삼송점에 입주했다.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 일환으로 지어진 주택이라는 점을 믿고 입주했는데, 결혼을 앞두고 이사하려던 올해 ‘사단’이 났다. A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4월 나가려고 생각했는데, 포털에 검색을 해보니 이미 피해 사례가 다른 지점에서 나오고 있던 시점이었다. 다른 지점 입주자가 방문했을 때 사무실이 비었다는 걸 듣고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떠올렸다. A씨는 지난 11일 전세 계약이 만료된 상태지만,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떠나지 못하고 집에 남아있다. 그는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보증금이 1억500만원 정도다. 나 때문에 남편이 전세사기 피해자 상태로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돼 미안하다. 새 출발 해야 할 시기인데 이 문제로 자녀 계획을 포함해 그 어떤 미래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힘들다”고 호소했다.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전세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주거 약속 지키려면 '사회주택 전세사기' 공공 매입부터 결단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의 보증을 믿고 사회주택에 입주했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보게 된 청년들이 신임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전세피해 대책위원회와 민달팽이유니온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이 보증한다는 말만 믿고 들어왔는데 보증금 미반환으로 벼락거지 신세가 됐다”며 홍 장관에게 사회주택 공공매입 및 피해구제 결단을 요청했다. 홍 장관은 전날(21일) 청문회보고서가 채택돼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 재가를 받고 장관에 취임했다.

 

녹색친구들 삼송점에 입주했던 신민주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전세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LH 1호 사회주택’이라는 공공의 간판과, 문제가 생기면 공공이 매입하겠다던 사업지침서의 약속을 믿었던 것이 우리의 잘못인가”라고 항의했다. 이어 “청문회에서 20년간 무주택자로 살며 이사의 고통을 겪었다고 말한 홍 장관에게 묻고 싶다. 집 없는 사람의 설움이 잠시 스쳐 간 옛 기억이 아니라면, 청년들의 전세피해부터 외면하지 말고 약속대로 공공매입을 결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사회주택은 공공이 땅을 제공하고 민간이 건물을 올려 세입자와 계약하는 구조다. 정부의 청년층 주거 대안으로 홍보돼 그동안 입주자를 받았지만, 보증금 반환 책임이 있는 민간사업자가 이후 사업이 불안해지면서 이를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부 등이 건물을 매입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국토부와 HUG는 건물 매입이 배임 가능성이 있다며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서로 ‘내 책임이 아니다’, ‘저쪽 소관이다’라며 떠넘긴다. 어렵게 HUG 관계자와 대책위가 연결됐는데, 계속 기다리라는 등 큰 의미 없는 답변만 듣고 있다.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세입자들은 전세대출을 갚지 못해 떨어지는 신용등급과 이자 부담에 ‘벼락 거지’가 된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도 불안정한 주거로 기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책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기준 녹색친구들 입주자 피해 규모는 연남점 20세대 중 10세대(피해 보증금 약 12억원), 삼송점 14세대 중 6세대(피해 보증금 약 7억1000만원), 대조점 16세대 중 2세대(피해 보증금 약 2억5000만원)로 총액이 약 20억원에 이른다.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전세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주거 약속 지키려면 ''사회주택 전세사기'' 공공 매입부터 결단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견 발언에 나선 녹색친구들 연남점 입주자 B씨는 “보증금을 1억원 넘게 묶인 채 피해 발생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전세사기특별법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대출 연장도 대환도 전면 차단됐다”고 비판했다. B씨는 “신용카드마저 정지되고 결국 고시원 단칸방으로 밀려나 고시원 방세와 대출 이자,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비까지 감당하며 삶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초부터 해당 업체는 건물 관리에 대해 제대로 연락도 닿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알고 보니 관리실장도 다른 업체로 (입주자가 낸 관리비도) 업체에 연체됐다고 한다. 청소 업체 역시 대금 미납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해당 건물들엔 방치에 따른 누수 문제 등이 발생함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국토부와 홍 장관에게 △정책주택 전세피해 방치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 △피해주택 공공매입 즉각 시행 △피해 세입자 대상 보증금 선지급 대책 마련 △추가 대출이자∙연체 구제책 마련 및 전세사기특별법상 피해자 인정 등을 요구했다. B씨는 “국토부와 HUG는 건물 매각을 기다리라고 하지만, 건물이 팔린다고 그동안 피해자들이 감당한 연체 이자와 방세, 망가진 삶은 누가 보상하나. 전세사기 특별법 피해자로 즉각 인정하고 누적된 피해 구제책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