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이사회를 속일 이유도 없고 속인 사실은 더더욱 없다”
홍명보 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했다고 고발당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경찰의 수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회장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22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과 축구팬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힌 뒤 “수사 과정을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진행한 점을 충실히 설명했다. 이사회를 속일 이유도 없고 속인 사실은 더더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의 송치 결정이 내려진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향후 검찰 등 추가 수사 과정에서 오해가 해소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축구협회 정몽규 전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김정배 전 상근부회장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축구협회 이사회에 감독을 추천하는 권한이 있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사회에 전달되는 전력강화위원회의심의 안건 자료를 허위로 작성(위계·속이거나 착각하게 함)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하던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축구협회에 감독 선임 업무를 이어 가 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허위로 관련 서류를 기재했다는 것이다. 즉,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가 마치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감독 선임과정을 진행한 것처럼 정 전 회장 등이 꾸몄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 전 이사가 감독 선임 업무를 이어가게 되는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행정법원 판결에서 이미 드러난 부분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정 회장 등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걸 숨기기 위해 허위의 문서를 작성해 이사회에 배포한 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아울러 경찰은 기존에 피의자로 입건된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외에 김정배 전 부회장도 이 같은 허위 자료 작성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그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정몽규 전 회장 등의 이 같은 업무방해 행위에 홍명보 전 감독과의 유착은 없는것으로 조사됐다.
홍 감독 선임 때부터 사령탑 선임을 포함해 행정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를 거세게 받아온 축구협회는 경찰 수사를 통해 전 수장의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자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축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건으로 법적인 문제가 불거진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과 축구 팬 여러분께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면서 “축구협회는 검찰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 보다 명확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협회는 앞으로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밖에 홍명보 감독에 대한 과다한 연봉 지급 의혹, 국가대표 선수 간 다툼 관련 명예훼손 의혹 등 다른 고발 사건에 대해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불송치 처분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2024년 7월부터 해당 의혹과 관련해 총 8건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 않고 2년을 보냈다.
이후 월드컵 탈락으로 기존 수사 상황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실패에 의한 것”이란 감독 문책성 발언이 이어지자, 경찰은 지난 7월 사건을 경찰의 특수부라 불리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했다. 이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홍 전 감독 등에 대한 추가 고발장을 내면서 서울청은 총 9건의 고발 사건을 병합해 수사했다.
수사 착수 한 달 만인 지난 8월에는 홍 전 감독을 피의자 조사하고, 천안 대한축구협회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압수수색해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자료, 휴대전화 전자정보 등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