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2일 공개한 공소청 직제·검사정원법 시행령 수정안은 여권 주도의 검찰개혁 취지에 따라 공소청에서 수사기관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데 방점을 뒀다. 법무부는 제도 변화에 맞춰 공판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와 검찰 수장이 공백인 상태에서 새 제도 시행 후 변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숙의 없이 직제안 손질과 검사 정원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재판부 1공판검사’ 실현한다지만
검사정원법 시행령 수정안에 따르면 다음달 2일 문을 여는 공소청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옮기는 검사와 사직 예정자 등을 고려해 1900명 안팎의 검사를 둔다. 이는 현 검사정원법상 정원(2292명)의 80∼85% 수준이다. 법무부는 중수청 특례 임용 등으로 발생하는 결원을 충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존 수사 부서이던 형사부 검사 일부는 공판부로 재배치된다.
기소 이후 재판 대응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공판검사는 그간 통상 2개 이상 재판부 사건을 맡아왔다. 이응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판검사가 주 4~5일 공판에 출석하다 보니 재판 준비에 실질적인 한계가 있었다”며 “1개 재판부를 공판검사 1명이 맡는 구조를 구현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청의 공판검사는 총 170여명이다. 법무부는 전국 법원의 형사 재판부 숫자인 331곳에 상응하는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공판부가 미설치된 지방청·지청에선 일부 형사부 검사가 공판업무를 전담하게 하거나 기존 업무와 병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여권에서 ‘수사권 부활 꼼수’라며 반발이 나온 공소청 본청의 형사기획관실과 중대범죄기획관실은 폐지한다.
법무부는 “불요불급한 기구를 추가로 폐지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했다”고 부연했다. 공소청 본청 법과학기획관실의 유전자정보(DNA) 감정·감식 등 기능 역시 법무부 소속 독립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검찰 수사관 6238명 중 검사실과 수사과 등에서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수사관은 2986명인데, 형사법무직으로 전환되며 70%가량인 2048명이 줄어든다. 1515명을 줄이기로 한 입법예고안보다 533명을 추가로 줄이는 셈이다. 감축된 정원 일부는 공판과 집행 부서로 배치된다. 검사실에 남는 938명은 송치사건 기소 결정,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건 암장을 방지하기 위한 불송치 사건 사실관계확인 등 업무를 맡는다.
◆“미제 쌓였는데 인력 줄이면 어쩌나”
검찰 내부에서는 장기미제사건이 16만건에 이르는 등 검찰이 업무 마비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이처럼 인력이 대폭 축소되면 새 형사사법체계 시행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권이 사라지더라도 공소청은 영장과 기소 관련 업무 등으로 연간 약 170만건의 형사사건을 처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수청 사건 대응, 재판준비 및 형집행 등 공판 단계 업무, 범죄수익환수 등 처리할 업무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직접수사를 안 하더라도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업무 등이 상당히 많다”며 “공판 부서 업무는 그간 검찰이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기에 공판업무를 강화하려면 인력이 축소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총장이 1년 넘게 공백인 상태에서 공소청이 됐을 때 직제나 인력 배분에 대한 로드맵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법과학기획관실의 DNA 감정 기능 등 공소청 일부 직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점을 두고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또 다른 검사는 “기존에는 성범죄 사건 등 재판에서 대검을 통한 정밀 감정, 분석 요청으로 진상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 같은 업무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