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미투자 1호 확정, 끝까지 ‘상업적 합리성’ 관철해야

국회 산자위에 대미 투자 관련 보고하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보고를 하고 있다. 2026.9.22 hkmpooh@yna.co.kr/2026-09-22 13:39:13/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가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어제 국회 보고에서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1호 사업으로 확정했고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한·미 정상 간 합의 이후 삐걱대던 양국관계를 정상화할 전기가 마련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의 여건과 투자방식을 들여다보면 대미투자의 핵심 원칙인 ‘상업적 합리성’이 훼손된 게 아닌지 걱정이 크다.

당장 텍사스 가스발전은 223억달러를 들여 향후 20년간 433억∼454억달러를 회수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런데 수익 산정의 핵심인 전력판매량과 용량 요금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한 대형 데이터센터 등 수요처도 없다. 우리가 건설자금을 다 대는데도 미국은 지분을 90%까지 요구하고 있다니 이런 억지가 또 있을까 싶다.



최종 협상 결과를 봐야겠지만 8기 원전건설도 난제가 수두룩하다. 정부는 애초 미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15∼20%를 확보하려 했지만 5∼10% 수준으로 후퇴했다. 의결권 확보가 가능하다지만 이 정도로는 이사회 참여가 어렵고 고질적인 특허나 지식재산권 충돌 문제도 해결하기 힘들다. 최소 2기 이상 한국형 원자로(APR1400)의 수출물량 확보 역시 불투명하다. 알래스카 LNG는 더 심각하다. 엑손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기업조차 막대한 비용과 경제성 부족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했던 사업이다. 이런 사업에 미국 측은 투자액 증액을 압박하는가 하면 사업 간 손익을 상쇄하는 ‘우산형’ 수익 배분까지 거부하고 프로젝트별 개별정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험은 한국에 떠넘기고 과실만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물론 한·미 관계 신뢰를 복원하고 꼬인 통상·안보 현안을 풀기 위해서라도 약속한 대미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돼야 한다. 그렇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친 압박에 몰려 국민 혈세와 민간자금을 부실 사업에 투입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질 경우에 대비해 사업중단권과 손실 한도 설정, 전력구매확약 등 최소한의 위험관리장치는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 세부협상에서 현지 인허가와 공사비 증액, 수익배분 등에 걸쳐 독소조항이 없는지 꼼꼼히 따지고 국내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끝까지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관철해 국익훼손을 막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