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년에 고작 55명 수강… 유학생 인재양성제 안착 ‘역부족’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하> 머물 인재로

정부 일·학습병행제 운영 3년째
안정적인 기업 취업 기회 불구
“당장 생계 걱정” 중도포기 속출

‘E-7’ 비자 전환도 담보 안 돼
‘비전문 취업’으로 빠지기 십상
인지율 25%… 홍보 미흡 지적도
“특정활동(E-7) 비자 받은 뒤엔 영주(F-5) 비자도 받고 싶어요.”

 

지난달 8일 오전 경기 안양시 대림대 캠퍼스에서 만난 미얀마 국적의 유학생 A(23)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주비전대 기계학과 3학년생인 A는 7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6시15분 버스를 타고 대림대를 찾는다. 그가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토요일마다 기꺼이 감수하는 데엔 ‘E-7 비자로 전환’이라는 목표가 있다. 2024년 유학 비자(D-2)로 입국한 그에게 한국은 정착하고 싶은 나라다. 그는 “미얀마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고국에 있는 가족들도 내가 한국에서 계속 살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달 8일 경기 안양시 대림대에서 일학습병행제도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림대 기계공학과 수업을 듣고 있다.

A는 한국어가 유창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유충현 대림대 기계공학과 교수의 판서 내용을 노트에 열심히 적었다. 약 6개월의 이론 수업 뒤 12월23일부터는 산업용 기계 제조 기업인 대상이엔지로 6개월간 실습이 예정돼 있다. 평일 저녁마다 전주 시내 음식점에서 하는 서빙 아르바이트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이날 유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은 A를 포함해 총 10명이었다. 이들은 외국인 유학생 일·학습병행제 참여자들로 토요일 오전 시간을 온전히 기계 설비 수업을 듣는 데 쏟고 있었다. 참여자들의 대학과 전공은 다양했다. A와 같은 전주비전대생이 총 4명, 그 외에 국립공주대, 상명대, 명지대 등에 더해, 석사 출신(한양대) 유학생도 참석해 수업 열기를 더했다.

◆기업도 학교도 원하는 제도지만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일·학습병행제’는 외국인 유학생을 숙련 인력으로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2024년 9월 본격 시행됐다. 유학(D-2), 구직(D-10)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학교에서 6개월간 이론교육을 받은 뒤, 기업에서 6개월간 현장훈련을 받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2024년과 지난해 각각 124억원의 예산이 별도 투입됐고, 올해부터는 내국인 일·학습병행제와 예산이 통합 운영되고 있다.

 

유학생을 유치한 학교와 기업은 이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은 유학생 취업률을 높일 수 있고, 기업들은 숙련 인재를 채용할 수 있어서다. 유학생들 역시 정부가 인증한 소위 ‘안정적인’ 기업 취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노동부의 실적은 부진하다. 2024년부터 신규 참여 인원은 17명, 지난해엔 46명, 올해는 27명에 그쳤다. 올해 참여 학교도 반년이 넘게 7월까지 4개 학교에 그쳤고, 8월 중 3개 학교를 추가해 총 7개 학교를 채웠다.

 

지난해까지는 중도 포기 인원도 속출했다. 사업 시행을 3개월밖에 안 한 2024년에 13명, 지난해엔 10명이 중도 포기했다. 중도 포기율이 각각 76.5%, 15.9%에 달하는 셈이다.

 

노동부는 E-7로의 비자전환이 담보되지 않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월 프로그램 참여 시 E-7 비자 취득 요건 중 일부를 완화하긴 했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참여 유학생 입장에서는 E-7 비자 전환이 담보되지 않았는데도 6개월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불법이지만, 비전문취업(E-9) 일자리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정찬석 대림대 전 공동훈련센터장은 유학생들을 위한 소위 ‘미끼’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리운전만 해도 한 달에 500만원씩 벌고, 농번기 때 시골에서 일하면 일당이 15만원”이라며 “지난해 수료한 베트남 유학생은 ‘하노이 재벌집 아들’이라고 들었다. 그만큼 당장 생계 걱정이 없어야 교육 이수가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근로 질 중심으로 정책 전환해야”

 

현재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하려면 E-7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E-7 비자 발급 비율은 전체 유학생의 1∼2%에 그친다. E-9(비전문 취업) 비자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노동부는 일·학습병행제 참여 유학생의 E-7 전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부터 현재까지 비자가 전환된 유학생은 총 13명이다.

 

법무부가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만든 톱티어 비자 발급 규모도 그 수가 많지 않다.

 

지난해 4월 도입 뒤 올해 7월까지 발급 건수는 29건에 그친다. 이 비자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8개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명문대 이공계 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6월부터 과학기술 분야 교수와 연구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고용 가능한 인력’과 ‘역량 있는 인력’ 간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6월 발간한 ‘외국인 유학생의 지역 경제 영향과 지역 인재로의 정착·활용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기업 수요 수준에 달하는 인적자본을 형성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거나 역량이 있어도 체류 자격 제도상 한계에 부딪혀 구조적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근로시간 규제 중심에서 ‘근로의 질’과 ‘경험 내용’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 수단으로 일·학습병행제가 소개됐다. 다만 유학생들 사이에서 이 제도의 인지도는 25.0%에 그쳤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대학 연명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며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글로컬대학을 비롯한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평가할 때 외국인 유학생 관리의 질적 요소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며 “동시에 학교와 지역 산업의 필요성이 연계된 인력 양성 개념으로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1회> 캠퍼스의 두 얼굴

① [단독] 캠퍼스 대신 일터로… 불법취업 범칙금 50% 급증 [심층기획-외국인유학 30만 시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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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주1회 수업·일할 시간 보장”… 대학이 취업통로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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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유학생 수 전국 1위 경산… 내외국인 ‘분리된 공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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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기댈 곳 없는 한국살이… 보호출산제 ‘있으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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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단독] ‘사기’ 범죄 내몰린 유학생들… 피해 당해도 신고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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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숫자가 된 학생

① [단독] ‘유학생 비자’ 쥔 절대권력… 출입국 공무원 줄줄이 대학교수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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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단독] ‘등록금 미환불’ 웅지세무대·신경주대 제재 절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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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머물 인재로

① [단독] 1년에 고작 55명 수강… 유학생 인재양성제 안착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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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1000만원 없으면 박탈”… 비자 연장 발목 잡는 ‘잔고 증명’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2516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