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개월간 원전 공론화… 신규 건설 ‘명분 쌓기’ 수순

기후부, 국무회의서 계획 보고
공론화위 구성 이후 의견 수렴
12차 전기본 정부안 반영 해석

정부가 원전 공론화를 추진한다. 사실상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신규 원전을 반영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앞으로 약 3개월간 원전 공론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전기차 확대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안정적 전력공급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12차 전기본에 원전 역할을 어떻게 반영할지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기후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원전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를 우선 구성할 예정이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1명 이내로,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에너지 등 분야별 유관단체 추천을 거쳐 위촉한다. 원전 이해관계자가 아닌 중립적 인사로 꾸리겠다는 게 기후부 설명이다. 원전 찬반 전문가는 별도 전문위원회를 꾸려 공론화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원전 공론화로 애초 10월 확정을 목표로 했던 12차 전기본 정부안 일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기후부 김성환 장관은 “공론화를 하려면 최소한 3개월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며 “당초 10월로 약속했던 일정은 지키지 못하지만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1차 전기본이 연말을 넘겨 2025년 2월 확정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지가 확정된 영덕 원전이나 설계수명 연장을 신청한 원전은 이번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법적 계획이나 행정 절차 형태로 한국수력원자력이 공식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기에 공론화의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 기장군이 0.7GW급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의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가운데 지난 6월 18일 기장군 임랑해수욕장 앞 바다 공사현장 뒤로 고리원전 1~4호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공론화위가 내놓을 결론이 어떤 형태가 될지 아직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김 장관은 “원전을 지을 거냐, 말 거냐, 혹은 몇 개를 지을 거냐 등을 결정하는 건 공론화위의 판단 영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공론화위의 결론이 ‘권고’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공론화위는 일종의 심의기구”라며 “공론의 추세나 추이를 종합해 일종의 권고안으로 정부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원전 공론화는 결국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명분 쌓기’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김 장관이 여러 공개 석상에서 원전 필요성을 강조한 데다 전남광주 영광과 경북 영덕의 기존 부지에 원전을 최소 4기 지을 수 있는 부지가 확보돼 있다는 발언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기후부가 최근 12차 전기본 토론회에서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지역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했는데, 그 연장선에서 지금 공론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사실상 신규 원전을 지으려는 상황에서 공론화로 일종의 면죄부를 구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