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것은 ‘삼권분립이 명시한 각 기관의 헌법상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은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수 있지만 재제청을 요구할 권한이나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어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밝혔다.
변호사인 김정철 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헌법이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권한을 나눈 이유는 견제와 균형 때문”이라며 “대법원장이 제청했다면 대통령은 자신의 임명권을 행사하고 그 책임을 지면 되는데, 임명 여부는 결론내리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권한에 따른 책임은 피하면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에는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명권자가 사실상 후보자를 고르기 시작하면 제청권은 껍데기가 된다”며 “내 권한의 책임은 피하고, 남의 권한은 내 뜻대로 행사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강민구 도울 대표변호사는 SNS 글에서 “제청권을 독립된 헌법기관인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것은 대법관 구성에 행정부의 의사만이 관철되는 것을 막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권력분립적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재제청 요구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권한으로 이해한다면 그 헌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엄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대법원장 측 논리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강 대표변호사는 그러면서도 “대법관 제청 후 대통령이 이견을 제기할 수 있는 사유, 협의 절차, 처리기한,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 시한 등을 법률 또는 헌법관행으로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와대가 이날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청와대 입장 발표는 행정부 구성원에 대한 임명권과 헌법기관에 대한 임명권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것은 국회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선의 한 중견 법관은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라’는 청와대 입장에 대해 “그렇게 국민 피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김민기 고법판사만 고집하고, 검찰청은 없앤 뒤 새 수사기관을 개문발차하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