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직접 회사 주식을 사들이며 주주 대열에 합류했지만 호텔신라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이 사장이 주식을 매입할 당시 7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4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 사장의 직접 매수로 책임경영과 주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주가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호텔신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7.7%다. 삼성생명이 7.3%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고 △삼성전자 5.1% △삼성증권 3.1% △삼성카드 1.3% △이부진 사장 0.8% △삼성SDI 0.1% 등이 뒤를 잇는다. 그동안 정기보고서의 주주에 관한 사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이 사장의 이름은 지난 8월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난 4월 호텔신라 주식을 직접 매수하면서다.
2009년까지 호텔신라에서 경영전략담당 전무로 근무한 이 사장은 2011년 사장에 오른 뒤 15년 가까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 그러다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4월27일부터 2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호텔신라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총 30만주를 1주당 평균 6만7471원에 사들였다. 호텔신라 총 발행주식 3924만8121주의 0.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사장은 앞서 지난 3월26일 거래계획을 공시하며 4월27일부터 5월26일까지 호텔신라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4월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매일 10만주씩 매수했다. 당시 호텔신라 주가는 종가 기준 6만5900원에서 6만7700원 수준이었다. 다만 당초 매수 예정 물량인 47만주보다 17만주 적은 30만주를 사들였다. 거래계획을 공시할 당시 4만원대 초반이었던 주가가 이후 6만원대로 빠르게 오르면서 당초 매수를 위해 마련한 200억원을 기준으로 살 수 있는 주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의 주식 매수에 앞서 호텔신라 주가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만9400원까지 올랐다. 주식 매수 사실이 공개된 4월29일에는 장중 7만원을 넘어 7만300원까지 올랐고, 이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며 6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주가는 연속 하락해 22일 종가 기준 4만400원을 기록했다.
이 사장의 주식 매수 소식에 지난 4월 증권가에서는 호텔신라에 대한 눈높이를 일제히 높였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6만3000원으로 올린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7만4000원으로 상향했다. 지난 3월 호텔신라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했던 한국투자증권도 한 달 만에 투자의견을 매수로 변경하고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대신증권 9만원 △NH투자증권 7만5000원 △신한투자증권 7만7000원 △흥국증권 8만원 등 주요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7월 이후 호텔신라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달라졌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6만7000원으로 다시 낮췄고, 한때 10만원까지 제시했던 한국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8만5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하향했다. NH투자증권 역시 6만9000원으로, 신한투자증권도 6만5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면세점 사업의 부진이 주가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보이지 않는 점도 주가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사장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회사 주식을 직접 매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호텔신라는 그동안 꾸준히 결산배당을 실시해왔지만 2023년 배당을 마지막으로 2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2024년 5월부터 시행된 기업가치 제고계획, 이른바 밸류업 공시도 아직 내놓지 않았다. 흥국증권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실적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전향적인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표명하고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