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고 자도 안심 못했다…밤 불빛 노출 많을수록 뇌졸중 위험 33%↑

3럭스 넘는 밤 불빛, 뇌졸중 위험 33%·심부전 29% 껑충
심장벽 두꺼워지는 ‘동심성 비대’ 확인…근육량 2.4% 늘어
대기오염 맞먹는 심장 변화…수면 부족 탓 통계적 설명돼

불을 끄고 잠들어도 침실이 완전히 어두운 경우는 드물다. 스마트폰 화면, 켜둔 TV, 문틈으로 새어 드는 복도 조명처럼 약한 빛이 밤새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약한 빛이 심장 구조와 심혈관질환 위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 야간의 약한 빛 노출이 심장 구조 변화와 뇌졸중·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Pexels

미국 툴레인대 루치(Lu Qi) 교수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의 야간 빛 노출과 심장 자기공명영상(MRI), 이후 발생한 심혈관질환을 분석해 최근 국제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스마트폰 밝기 낮춰도 걸리는 3럭스

 

연구팀은 참가자 손목에 센서를 채워 7일간 빛 노출을 측정했다. 사람마다 움직임이 가장 적은 5시간을 야간으로 정하고, 이 시간에 3럭스를 넘는 빛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계산했다.

 

3럭스는 밝기를 낮춘 스마트폰 화면을 침대 옆에 두거나 살짝 열린 방문 밖에서 복도 조명이 들어오는 정도의 약한 빛이다.

 

빛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사람을 기준으로 노출 시간에 따라 낮음·중간·높음 세 그룹으로 나눈 결과, 고노출군은 하루 평균 33.9분 동안 3럭스를 넘는 빛에 노출됐다.

 

◆좌심실 커지고 두꺼워져…“대기오염과 비슷한 수준”

 

연구팀은 약 1만1000명의 야간 빛 노출을 측정한 뒤 3년가량 지나 촬영한 심장 MRI를 분석했다. 생활습관과 건강·환경 요인을 보정하자 고노출군은 비노출군보다 키를 보정한 좌심실 근육량이 2.4% 많았고, 심장벽 두께는 1.5% 두꺼웠다. 심장 수축 기능을 보여주는 심근수축분율은 1.9% 낮았다.

 

근육량과 벽 두께가 함께 늘고 내강은 좁아지는 이 패턴을 연구진은 ‘동심성 비대’로 명명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손상에 대한 심장의 적응 반응으로 알려진 변화다.

 

우심실과 좌심방에서도 구조·기능 차이가 함께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인된 변화 폭이 대기오염 노출과 관련된 심장 변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단, 참가자들의 빛 노출 이전 심장 MRI는 없었다. 야간 빛 때문에 3년 사이 심장벽이 두꺼워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니며, 빛 노출이 많은 집단에서 이후 촬영한 MRI에 이런 차이가 나타났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수면시간 줄수록 심장 부담 커져

 

야간 빛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수면시간이 짧았다. 이처럼 수면시간이 줄어든 것이 야간 빛 노출과 심장 구조·기능 변화 사이의 연관성에 24~49%가량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토닌 억제도 가능한 경로로 꼽힌다. 약 3럭스 수준의 약한 빛에서도 수면·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존 실험 결과가 있어, 연구진은 이번 분석 기준을 3럭스로 잡았다.

 

연구팀이 참가자의 멜라토닌 농도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고, 생체리듬 교란이나 자율신경계 변화 등 다른 경로도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잠은 줄어드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4분으로 2019년보다 8분 줄었다. 1999년 조사 시작 이후 수면시간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뇌졸중 위험 33%↑…7만3286명 추적

 

연구팀은 별도로 7만3286명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발생 여부를 중앙값 7.9~9.5년간 추적했다. 나이, 성별, 흡연, 음주, 신체활동, 비만, 당뇨병, 고혈압, 대기오염 등을 보정한 결과 야간 빛 고노출군은 비노출군보다 뇌졸중 위험이 33% 높았다.

 

심부전 위험은 29%, 심근경색은 24%, 심방세동은 15% 증가했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 26% 더 컸다.

 

이는 절대위험이 아닌 상대위험 증가치로, 야간 빛 노출자 3명 중 1명이 추가로 뇌졸중에 걸린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어둠도 혈압처럼 관리해야 할 지표”

 

빛 노출 측정 기간은 7일에 그쳤고, 손목 센서로는 빛이 스마트폰인지 TV인지 실내 조명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파장도 측정하지 않았다. 참가자 대부분이 백인이었고 야간 교대근무자는 주요 분석에서 빠졌다. 빛 노출이 많은 집단에 다른 생활·건강 요인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연구와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독일 마인츠대 토마스 뮌첼 교수팀은 야간 빛 노출을 임상 진료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불을 끈 침실에서 스마트폰 화면과 TV, 문틈으로 들어오는 약한 빛에 노출된 채 잠든 모습과 야간 빛 노출에 따른 뇌졸중·심부전 위험 증가를 표현. ChatGPT 생성 이미지

루치 교수는 “빛 공해는 심혈관질환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며 “야간 빛 노출을 줄이는 것이 심장병 예방 전략 중 하나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둠도 혈압 관리나 깨끗한 공기만큼 심혈관 건강에 필수적인 지표로 인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침 전 불필요한 화면과 조명을 끄고, 외부 불빛이 들어온다면 커튼이나 안대를 쓰는 것,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떨어뜨려 두는 것이 연구진이 제시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