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체제 첫 시험대… 장군 인사·국방개혁 어디로 [박수찬의 軍]

장군 인사·주요 보직 재편에 쏠린 눈
사관학교 통합·전작권 전환 난제 산적
국방개혁 추진력, 신뢰 회복에 달렸다

강신철 신임 국방부장관이 22일 공식 취임, 업무에 들어갔다. 전임 안규백 장관이 8·30 개각으로 교체가 확정된 지 23일만이다.

 

지난 21일 발생한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 폭발사고 와중에 취임한 강 장관은 사고 수습을 시작으로 주요 국방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안 전 장관과 다른 시각에서 정책에 접근할 가능성이 제기되어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2일 합동참모본부 작전지휘실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강 장관은 취임 당일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강 장관은 “‘전사’란 적을 이기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유일한 특성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라며 “적에게는 거칠고 가차 없고 치명적이어야 하지만 국민으로부터는 사랑받는 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강 장관이 이끌 이재명정부 2기 국방정책 기조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변화 가늠할 키워드:사람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 직후 국방부 본부 조직과 산하기관에선 강 장관에 대한 업무보고 등을 준비해왔다.

 

강 장관은 DMZ 폭발사고 수습 및 원인 규명과 더불어 다음달부터 국회 국정감사, 한미안보협의회(SCM) 등 주요 일정을 잇따라 수행해야 하므로 국방부 업무 파악이 시급하다. 

 

국방부 내부에선 강 장관 취임에 긴장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방부 주요 관계자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한 국방부 관계자는 “신임 장관은 깐깐한 스타일이라고 알고 있다. 업무보고도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요 업무에 장관이 직접 관여하는 비중이 늘어날 거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향후 추진할 정책 방향을 가늠할 시험지로는 ‘사람’이 꼽힌다.

 

내부적으론 국방부 등 군 관련 직위에 대한 인사 문제, 외부적으로는 국방 정책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 군 수뇌부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

강 장관은 국방부 등 군 주요 직위의 인사와 관련, 취임 전부터 밑그림을 어느 정도 그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민 출신이었던 안 전 장관 재임 기간에는 국방부와 군 당국에서 민간 공무원이 약진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예비역 육군 대장인 강 장관의 취임을 두고 ‘육군 중심주의’ 회귀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는 안 전 장관이 단행할 것이라 예상됐던 하반기 장군 인사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군 인사 대상자들을 둘러싼 변수가 장관 교체로 ‘초기화’하면서 하반기 장군 인사에서 국방부장관의 의중이 더욱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시각도 적지 않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후보자 신분이었던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강 장관은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요직을 두루 거쳐 윤석열정부에서 육군 대장이 됐다.

 

현 정부에선 주사우디 대사에 이어 국방부장관을 맡았다.

 

군 소식통은 “역대 정부에서 모두 중용됐다는 것은 그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이나 과제를 잘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비(非)육군 비육사’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경우에 따라선 해·공군 출신의 요직 임명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공석인 기관장 등 주요 보직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국방부 외부와 관련해선 강건작 국가안보실 1차장과의 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장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외교관 출신이고,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학자 출신이다.

 

반면 강건작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육사 45기로 강 장관의 육사 1기 선배다.

 

군 현장경험과 국방정책 경험을 두루 갖춘 엘리트로서 현 정권과 일찍부터 인연을 맺은 육사 출신 예비역 장군이다.

 

문재인정부 시기인 2018년 12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에 발탁됐다. 2020년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냈다. 그의 후임이 강 장관이었다.

 

이 대통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로 알려졌던 ‘성장과 통합’ 외교·국방 분야에 참여했다. ‘강군의 조건’ 등 군사 관련 저서도 출간했다.

 

강 1차장은 국가안보실에서 국방·안보 정책을 총괄한다.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지닌 군출신 엘리트 선배로서 강 장관을 잘 아는 강 1차장이 국가안보실에서 국방·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상황은 강 1차장보다 현 정부에 늦게 현 정부에 합류한 강 장관에게 유·무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육사 선·후배인 두 사람의 관계가 이재명정부 2기 국방부의 향후 행보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대목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장관 취임식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관학교 통합 등 현안…“신뢰 회복 절실”

 

사관학교 통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강 장관이 다뤄야 할 가장 큰 정책적 과제로 꼽힌다.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해온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22일 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과 전작권 전환 등에 대해 강 장관이 어떤 철학과 신념으로 결정하고 수행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이 불안해하는 국방 또는 적이 우습게 아는 국방이 될 우려가 있다면 주저없이 질타와 비판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 강 장관은 ‘통합’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지난 14일 국회 서면답변에서 “사관학교 통합은 필요하다. 공통으로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가치가 있는 교육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 22일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사관학교 폐교나 폐지는 아니라는 것”이라며 “(정부) 기본안에도 각 군의 군사 과정이 들어있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강 장관의 발언들을 뜯어보면 ‘공통으로 해야할 교육(합동성)이 있다는 것은 각자 따로 해야할 교육(군종별 전문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통합성과 더불어 전문성 확보도 추구해야 하는데, 이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단기간 내 답을 내기가 어려운 문제다.

 

사관학교 통합 문제를 놓고 고등학교 2학년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더욱 커질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강 장관이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 지 주목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사관학교 통합보다 난도가 더 높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후보자 신분이었던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사관학교 통합은 정부가 결단할 국내 이슈지만, 전작권 전환은 미국이라는 파트너가 있는 사안이다. 미국과의 합의가 필수라는 의미다.

 

강 장관도 22일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작권 전환과 관련, ’동맹이란 것 자체가 반드시 상대가 있고 그러다 보니 한쪽 의견대로만 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한·미 간 신뢰를 강조했다.

 

이외에도 안 전 장관 시절 추진했던 국방개혁안의 확정과 국방백서 발간, 국방중기계획 수립,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도 강 장관의 결정을 기다리는 사안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이같은 정책 이슈보다 국방부에 대한 신뢰 회복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년여간 국방부는 강도 높은 개혁을 공언하고 정책과제들을 실행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장관 취임식에서 안규백 전 장관에게 국방부기를 이양받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책 논쟁 대신 장관 개인의 의혹과 그로 인한 공방이 더욱 부각됐다. 불신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상대방의 허위가 의심되는 순간,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

 

신뢰가 부족해지면 상대의 모든 말과 행동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먼저 생긴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반대가 아니다. 불신이다.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태도는 정부 정책과 개혁 추진 동력을 갉아먹는다.

 

강 장관 체제에서 국방부가 어젠다를 관철하고 싶다면,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핵심 이슈를 분명하게 설명할 책임을 지녀야 한다.

 

국방정책에 대한 대외적 불신이 쌓인 상황에서 구체적이고도 진정성 있는 설명이 앞으로도 없다면, 사관학교 통합을 비롯한 현 정부의 정책과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강 장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