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덴마크 그리고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간의 ‘3자 안보 협정’ 체결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혔다. 덴마크는 지난 2025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20개월 넘게 그린란드 영유권 문제로 미국의 고강도 압박에 시달려 왔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프레데릭센 총리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총리와 함께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이들 세 정상은 뉴욕 유엔 본부에서 만나 미국·덴마크·그린란드 3자 안보 협정에 서명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합의에 이르렀다”며 “기쁘고 안도감이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체결된 협정은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규모 군사 기지 두 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주둔 병력도 대폭 증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그린란드에 미군 시설로는 피투피크 우주군 기지(소속 장병 약 150명) 한 곳만이 있을 뿐이다. 새로운 미군 기지는 그린란드 섬 남부의 나르사르수아크, 섬 동부 메스테르스비그에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번 협정은 미국에 그 영토(그린란드)의 안보와 그 밖의 모든 필요한 사항에 대한 영구적 통제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영구적 통제권’이란 향후 그린란드가 덴마크에서 분리돼 독립국이 되더라도 미군의 주둔 권한은 계속 유지된다는 의미라고 외신은 전했다. 19세기 초 덴마크의 식민지가 된 그린란드는 지금은 자치령으로 바뀌어 외교·국방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서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섬 안의 적절한 장소들에 대규모 군사 주둔 기반을 구축하는 절차를 즉시 개시할 것”이라며 “어떠한 미국의 적대 세력도 앞으로 그린란드에 군사적 주둔 기반을 마련하거나, 우리(미국)의 명시적 서면 승인 없이 그곳에 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적대 세력’이란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중·러 양국은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거나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투자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 협정은 덴마크 왕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 그리고 그린란드의 자결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방어를 위한 미국의 개입과 관여가 증가할 뿐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일부’라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영유권을 미국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Not for Sale)”라는 말로 덴마크의 영토 주권 수호에 앞장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