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사망’ 故 강수빈 간호사 유족…113일 만에 병원 사과·합의

경기 광주 참조은병원, 사과문 게재 및 가해자·관리자 중징계 약속
외부 자문위 위촉·연 2회 점검…유족 “가해자들 끝까지 반성하길”
보건의료노조 “개인 문제 치부 말아야…정부 차원 근본 대책 촉구”

선배 간호사들의 이른바 ‘태움’(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故) 강수빈(27) 간호사의 유족이 사건 발생 113일 만에 병원 측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최종 합의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시민지원단, 유족은 경기 광주시 참조은병원과 이달 22일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합의안에 따라 병원은 10월 초쯤 언론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유족에게 직접 사죄하기로 했다.

간호대학 학생들의 촛불의식. 뉴스1

아울러 괴롭힘에 가담한 가해자 3명과 이를 방치한 병원 관리자들을 중징계할 것을 약속했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외부 자문위원을 위촉하고, 시민지원단이 추천한 2인이 참여하는 이행 점검 간담회를 연 2회 개최하는 데도 합의했다.

 

2023년 3월 해당 병원에 입사한 강씨는 선배 간호사들의 지속적인 태움에 시달리다 지난해 퇴사 이후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노동 당국은 괴롭힘 피해를 일부 인정하며 시정을 지시했으나, 병원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1명에게 경징계인 ‘훈계’ 처분만 내렸다.

 

극심한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강씨는 결국 지난 6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일기장에는 “죽을 때까지 태워줄게” 등 폭언이 적힌 흔적이 발견돼 사회적 공분을 샀다.

 

강씨 사망 이후 유족은 병원 앞에서 49재를 지내며 진상 규명과 처벌을 요구해 왔다. 노동계·종교계·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시민지원단 역시 1인 시위를 이어왔다.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경찰은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유족은 합의 타결 후 “가해자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점에 대해 끝까지 반성했으면 한다”며 심경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이번 합의가 병원 내 괴롭힘을 뿌리 뽑고 간호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정부는 태움의 원인을 개별 병원이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병원 노동자들이 존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