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9개 기관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개혁안을 내놓았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 석탄공사 청산 등 오랜 숙제도 들어 있다. 기능 개혁에 합의한 재정경제부와 각 부처에 박수를 보낸다. 공공기관 통폐합에선 김대중, 이명박정부를 넘어서는 역대 가장 강도 높은 개혁안으로 평가한다. 이 방안이 성공할 경우 국민의 경제적 부담 감소, 삶의 질 제고, 국가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그러자면 아래 세 가지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첫째, 통합 효과 극대화 조치다. 통합은 성과를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1) 기능 개편이 필요하다. 기관을 신설한다는 각오로 과감하게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새롭게 정리하기 바란다. 개혁안의 제목도 공공기관 기능 개혁이다. 2) 조직개편과 인력 재배치가 중요하다. 과감한 조직개편 없이 기관을 단순통합하면 모자를 하나 더 쓰게 되어 결재 단계만 늘어난다. 기관 통합의 시너지를 발생시킬 전면적 조직개편이 필요하다. 기능 및 조직개편은 과감한 인력 재배치를 필요로 할 것이다. 3) 새로운 기관장은 통합 후 부서 간 칸막이를 극복하고 정보 교류와 협업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통합의 시너지는 결국 인력 활용과 정보 교류에서 나온다. 이상의 통합 효과 극대화 노력은 경영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통합의 부작용 최소화 조치다. 4) 기관이 통합되면 비교경쟁이 사라진다. 발전 자회사 통폐합, KTX와 SRT 통합에서 그런 부작용이 예상된다. 따라서 통합 후에도 사업 부서 간 분리회계 등을 통해 비교경쟁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철도공사에겐 이참에 여객, 물류, 중정비, 선로 유지 보수를 자회사로 분리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권한다. 5) 두 기능이 통합되면 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소수파 기능, 중장기 시야가 필요한 기능, 대국민 접점이 없는 기능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중요한 기능에 국한된 우려이며 필요성이 약화된 기능은 과감하게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첫 기관장에는 균형감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6) 재무상태 건전 기관이 부실 기관을 떠안는 경우 핵심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기관 간 교차보조가 불가피하더라도 그 내용이 정확히 알려져야 투자와 책무성이 유지된다.
셋째, 통합 성사 조치다. 7) 기관별 임금체계 통합이 곧 화두가 될 것이다. 낮은 보수체계를 높은 쪽에 맞추다 보면 통합 이후 전체 인건비가 오르게 된다. 통합 성사를 위해 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전제가 있다. 호봉제를 유지한 채 임금체계를 통합하면 수렴 과정이 길어진다. 직무급제로 개편해야 한다.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책정해야 출신 기관별 임금차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8) 본사 유치를 위한 지역갈등은 어차피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보다는 통합기관의 본사 소재지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방이전의 핵심 기준은 주변 산업과의 연계성인데, 통합 본사 소재지는 기관 내부의 생산성도 추가 기준으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협의 산물로 한 기관의 본사를 분산 배치하지 않길 바란다. 9) 국회 통과에 노력해야 한다. 공공기관 통폐합은 근거법 개정을 요하는 것이 많다. 통폐합 반대 세력은 국회를 마지막 기회로 여길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