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과 들기름의 무대가 우리네 밥상을 넘어 세계 오일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전통 기름은 오랫동안 나물 한 접시, 국 한 그릇, 비빔밥 한 숟가락의 맛을 완성해 온 식탁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가치는 단순히 고소한 풍미를 더하는 조미료에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식품 시장이 건강과 기능성, 식물성 웰빙 원료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우리 전통 기름은 세계가 주목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원료로 부상하고 있다.
건강과 식물성 원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참기름과 들기름은 고유한 풍미와 영양적 특성, 한국 식문화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기능성만으로 시장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우수한 품종이라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 균일한 품질, 소비자가 신뢰할 기준이 없으면 산업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새 품종이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급되고, 산업체가 일정한 품질의 원료를 꾸준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기관도 재배 기술, 수확 후 관리, 가공 적성, 주요 성분 분석까지 함께 연결해야 한다.
올리브유가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명칭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듯이, 국산 참기름과 들기름도 원료, 압착 방식, 산화도, 주요 성분 함량, 신선도 등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믿고 선택하는 프리미엄 오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산업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글로벌 소비자는 좋은 원료뿐 아니라 맛과 향, 사용 편의성, 보관성, 그리고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소비한다. 신품종 특성을 살려 전통적인 조미유를 넘어 고급 샐러드 드레싱, 소스, 맞춤형 헬스케어 제품 및 캡슐형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용도를 다변화한다면 세계 유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참깨와 들깨는 우리 곁에 오랫동안 함께해 온 친숙한 작물이지만, 그 미래 가능성까지 오래된 것은 아니다. 전통이 빚어낸 고유의 맛에 첨단 농업과학의 기술력을 더하고, 우수 품종과 품질 표준화, 산업화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우리 전통 기름은 농가의 소득을 든든히 지키고 한국 식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당당한 ‘프리미엄 K오일’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설 것이다.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