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에선 증거 확보와 진술 신빙성 판단이 중요한 만큼 보완수사 과정에서 직접수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기록만 보고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최한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2부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40기)는 23일 “성폭력 등 여성아동 사건에서 검찰은 1차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때 경찰의 수사 오류나 미진한 점을 보완해 실체 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 왔다”면서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이 폐지되고 조직과 인력도 축소돼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등 4개청에서 여성아동범죄를 전담한 최 검사는 2024년 성 관련 범죄 분야에서 ‘블루벨트(대검 공인전문검사 2급)’ 인증을 받은 베태랑 검사다. 그는 “여성아동 사건은 피해자에게 어떤 질문을 해서 어떤 답을 이끌어 내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검찰이 직접조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면 기대한 수준의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건 지연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도 “기존엔 검사가 수사 중인 상황에서 피의자가 재범하거나 피해자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발견되면 구속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는데 이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고, 위증 사건 수사도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최 검사는 “보완수사를 위한 직접 수사 과정에서 무고 정황이나 증거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작성한 사건 기록만 보고는 무고 정황을 파악하긴 어렵다”고 했다. 위증 사건에 대해서도 “검사는 공판정에서 신문하며 위증하는 것을 직접 보기 때문에 바로 대응해 위증 조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소청이 과학수사 기능을 잃는 것도 걱정거리다. 통상 성범죄 사건은 기소 판단 및 공판 단계에서도 유전자 정보(DNA) 감정, 진술분석관 면담 등 과학수사를 요청한다. 그는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다”며 “검찰이 오랜 기간 진술분석 업무를 하며 노하우와 기법이 상당한 데 이를 활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검찰청 폐지 부작용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도 불안하다. 성범죄,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 ‘7대범죄’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법안이 공포됐다. 최 검사는 “중수청은 반부패, 금융, 마약 범죄 등 인지수사를 주로 맡게 되다 보니 검사나 수사관 중 여성아동 범죄에 전문성이 있는 분이 많지 않다”고 걱정했다.
남은 사건이 많아 전날까지 야근의 연속이었다는 최 검사는 왼쪽 눈이 충혈된 채 말을 이어갔다. 왼손 엄지와 검지에도 잉크 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성 관련 사건 특성상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 민원이 많다.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고 중대범죄에 엄중한 처벌까지 이뤄졌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얼마 전 최 검사는 불송치된 준강간치상 사건을 보완수사해 실체를 밝혀 기소했는데, 사건 피해자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는 이날 최 검사의 사례가 미담으로 소개됐다.
최 검사는 “검사의 역할이 상당부분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검사의 소추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주어진 권한 안에서 경찰과 협력하고 사건에 집중해 국민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