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하는 ‘가정형 태양광’ 보급사업에 올해 375억원을 편성했지만, 정작 지자체 실수요는 편성액의 10% 수준인 3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각 지방정부의 가정형 태양광 수요는 1만3629세대, 국비 약 39억원 규모로 예측됐다. 공단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56개 광역·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난 7월16일부터 닷새간 유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편성한 관련 예산 375억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기후부는 지난 4월 추경 당시 10만 가구 보급을 목표로 250억원을 국회에 요구했고, 최종 375억원이 반영됐다. 가구당 국비 30만~40만원을 지원해 올해 안에 서울 2만5000가구, 그 외 지역 7만5000가구에 가정형 태양광을 보급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하지만 사전 수요 파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이 편성되면서 정작 일선 지자체에서는 ‘지방비 부족’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가정형 태양광은 총사업비의 30%가량을 국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도비·시군비 등으로 충당하는 구조여서,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한 예산 편성이 필수적이다.
경북도는 “도비 예산사정 등으로 시군비 지원사업으로 수요조사를 했지만 신청이 없어 추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역시 올해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는 총 552가구에서 태양광 보급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현재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이 미확보된 상태”라며 “올해 정리추경을 통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파악된 수요대로라면 올해 예산의 90%가량이 불용·이월될 가능성이 크지만, 기후부는 내년도 예산을 두 배로 늘려 750억원으로 잡아둔 상황이다.
서 의원은 “추경을 통해 375억원의 국비를 편성한 만큼 정부가 추경 편성 과정에서 실수요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지, 이 같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당초 목표 대비 실제 수요가 크게 낮게 나타난 원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사업 규모와 재원 배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가정형 태양광 보급은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사업인 만큼 국비 비중을 높이는 등 지자체의 집행 여건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