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의 첫 단계인 ‘취업문’ 앞에서 청년들이 정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청년층 중 핵심 취업 연령대에 속하는 20대 후반(25~29세) 고용률은 올해 내내 전년보다 뒷걸음질해 7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충격이 상당했던 2022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청년층 고용 부진을 단순히 경기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일자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 취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도 안정적으로 경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일자리 사다리’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23일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20대 후반 청년층의 월평균 고용률은 71.1%로 지난해 같은 기간(71.9%) 대비 0.8%포인트 감소했다. 1~8월 기준 20대 후반 청년층의 월평균 고용률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전반이 휘청거렸던 2020년과 2021년 각각 67.7%, 67.8%로 낮은 수준을 보이다 2022년 71.3%로 반등했다. 이후 2023년 72.2%, 2024년 72.7%로 상승한 뒤 최근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률은 해당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인구 규모의 감소가 반영되기 때문에 취업자 수 감소보다 고용시장을 더 잘 설명해 준다. 청년층 전체 고용률도 2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청년 고용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도체 독주 속에 다른 제조업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3만8000명 줄며 2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세대 간 청년기 노동 경로의 구조적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을 보면 첫 일자리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도성장’ 세대에 속하는 1962~1968년생은 33.7%에 달했다. 하지만 ‘저성장시기’ 세대로 분석되는 1989~1998년생은 16.0%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변화하는 채용 흐름도 청년들에겐 위기 요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채용공고(14만4181건) 중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기업은 전체의 82.0%에 달했다. AI가 청년층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줄었는데, 이 중 26만8000개가 정보서비스업 등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AI 고노출 업종에서는 실업자로 이탈한 청년들도 늘었다. AI 고노출 업종의 월평균 청년고용 유출량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만7000명이었는데, 2022년 7월부터 2026년 6월에는 4만9000명으로 약 32% 늘었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할 뿐 아니라 향후 직무능력을 쌓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청년층의 고용현황 및 노동시장 초기 이행경로 분석’을 보면 첫 직장의 기업규모 및 고용형태에 따라 청년들의 향후 경력 경로는 뚜렷하게 달라졌다. 실제 중소기업 출발자는 대기업·공공부문 출발자보다 첫 직장 유지율과 상향이동 비율은 낮은 반면 미취업 비율은 높았다. 첫 직장 유지비율은 중소기업 출발자는 1년 후 79.6%, 2년 후 68.9%, 3년 후 59.2%로 하락했다. 대기업·공공부문 출발자와 유지율 격차는 1년 후 4.9%포인트, 2년 후 7.7%포인트, 3년 후 9.7%포인트 등 시간이 갈수록 확대됐다. 중소기업 출발자가 3년 후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4.7%로 5%도 안됐다.
비정규직 취업자 역시 직무능력 개발은 언감생심이다. 2025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 중 ‘지난 1년간 직업능력 향상 및 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경험’이 있는 정규직 비율은 54.7%였던 반면 비정규직은 32.5%에 머물렀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첫 직장이 비정규직인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면서 “11개월 이상 취업한 유지취업률이 60~70% 수준에 그쳐 20~30대가 정착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안수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취업 성공 시점에서 정책 개입이 종료되는 구조에서는 진입 이후 이어지는 불안정 이력이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면서 “졸업 후 일정 기간 동안의 고용형태 변화, 사회보험 가입 유지 여부, 임금 경로의 방향을 추적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정책 설계의 선행 과제”라고 밝혔다.
백기홍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첫 일자리에서 축적한 숙련과 경력이 이후 노동시장에서도 인정·활용될 수 있도록 경력 경로의 가시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직무능력은행제 및 고용24 통합경력증명과 연계해 실제 수행직무, 업무내용, 숙련수준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능력 단위에 따라 기록·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중소기업에서 축적한 직무 경험이 기업의 채용 및 보상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경력인정체계와 기업의 활용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