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행정 관련 주요 정책과 법령을 심의·의결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가 ‘장윤기 사건 은폐’ 논란 이후 발표한 순환인사제를 두고 “경찰관들이 과도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는 등 경찰 내부 우려를 전달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 장미란씨 실종 사건’과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올해 잇따른 경찰의 부실수사·은폐 논란은 회의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경찰에 대한 통제 강화 방안으로 국경위 역할 및 권한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경위가 실질적인 견제기구로 기능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23일 세계일보가 올해 9월7일까지 이뤄진 17차례 회의록을 전수 분석한 결과, 경찰의 부실수사나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진 주요 사건에 대한 국경위 차원의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경찰관이 장미란씨의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8월18일 이후 8월24일과 9월7일 열린 국경위 회의에서는 각각 10건, 12건의 안건이 상정·심의됐지만 이 사건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국경위가 경찰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는 듯한 내용이 주로 다뤄졌다.
경찰청은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지난 7월16일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나흘 뒤 열린 7월20일 국경위 회의에서 위원들은 해당 방안을 보고받은 뒤 순환인사제·내부비리수사대 신설 등의 대책을 놓고 우려를 제기했을 뿐이다.
한 위원은 “순환인사제는 일정 기간 동안 근무했던 경찰관이 타 지역으로 이동함으로써 그동안 쌓아온 업무 전문성이 단절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 다른 위원들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현장 경찰관들이 과도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 “내부비리수사대 신설에 대해 일부에선 경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경찰을 견제하라고 만든 기구가 피해자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경찰 비위 앞에서 침묵하거나 두둔해 온 국경위에 권한부터 더 쥐여주겠다는 것은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 식구 감싸기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라며 “권한 확대에 앞서 국경위의 구성과 책임, 운영 방식부터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