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방미 앞서 회담 美·日 동맹 과시 트럼프 “내 친구, 대단한 인물” 덕담 中 희토류 등 수출 규제 공조 논의
다카이치,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 대중 갈등 의식 “적국 조항 삭제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미·일 동맹 관계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이틀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대중국 공조 방침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일본 정부는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늘 일본 총리와 이 자리에서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며 “당신(다카이치)은 나의 친구이다. 일본 총리로서 대단히 훌륭한 인물이며, 역사에도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6개월 만에 재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제81차 유엔총회가 진행 중인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양국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중국의 수출규제 공동 대응 등을 논의했다. 뉴욕=AP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라고 친근하게 부르면서 “일·미 동맹에 강력하게 헌신해 주는 점에 다시금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현재 아시아를 포함해 안보 환경이 매우 엄격한 가운데 오늘 우리가 이렇게 회담을 하는 것은 일·미(미·일) 동맹의 강력함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도널드와 나의 지도력으로 인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요 광물 등에서 일·미 간 경제안보 협력도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공식 회담은 지난 3월 다카이치 총리의 백악관 방문 이후 6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방문 전 백악관 미·일 회담을 추진해 성사시킨 바 있다. 지난해 말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일본 패싱’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번에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산 제품의 수출 확대 등 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해 대만 문제 등에 과도하게 양보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일 공조를 사전에 다지려는 의도로 3주 전부터 회담 일정을 조율해 왔다고 NHK방송 등은 전했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오자키 마사나오 일본 관방 부장관은 24일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유엔총회 기간 미국은 극히 제한된 양자 정상회담 일정만 소화한다고 언급하면서 “가장 좋은 타이밍에 일·미 동맹의 견고함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자키 부장관에 따르면 약 35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는 시 주석의 방미를 염두에 두고 경제안보 등 의제가 논의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희토류 같은 중요 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출 규제 대응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향후 일·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기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또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결의를 확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출신 아카네 도모코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을 제재 대상에 올린 문제도 언급했으나, 일본 정부는 제재 해제 요구가 있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 헌장의 ‘적국 조항’은 조속히 삭제돼야 한다”고 했다. 적국 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추축국인 독일, 일본 등이 침략 전쟁을 재현하려 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나 선전포고 없이도 군사적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중국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일본에 대한 군사적 대응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