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연설서 北 언급 안한 트럼프… 美 “국익 부합땐 김정은 만날 것” [유엔총회]

“로켓맨” “비핵화” 1기 땐 오락가락
하노이 노딜 후엔 유엔서 말 아껴
트럼프 총회연설 北 외교관 지켜봐

시진핑 만날 땐 北문제 논의될 듯
연내 北·美 회담 가능성 질의에
美 국무부 “트럼프는 딜 메이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하면서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단 한 번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대북 메시지 없었던 트럼프 연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38분간 연설하면서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연내에 만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면서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유화 메시지를 넣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경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곳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공식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이란, 우크라이나 등에 할애하면서 북한은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첫해인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했다. 이듬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같은 해 9월 유엔총회에서는 대북 메시지가 180도 바뀌었다. 2019년 9월 유엔총회는 그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더 밝은 미래’를 제시하며 비핵화를 촉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스1

하지만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마지막으로 북·미 대화가 끊기면서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부터는 북한 언급이 사라졌다. 재집권 후 첫 유엔총회가 있었던 지난해 9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북한은 등장하지 않았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8일 유엔 연설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날 북한 외교관 2명이 본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본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불참했다. 반면 북한 대표단은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에는 자리를 비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회담에서 북한 논의할까

유엔에서 북한 언급을 피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언급을 할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24일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될 전망이다.

다만 무역, 인공지능(AI) 등 미·중 간 다양한 의제가 있는 만큼 북한 문제는 원론적 언급에 그칠 수 있다. 올해 5월 중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은 회담 결과 설명자료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만 짧게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북한과 관련해 시 주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양새는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 구조를 배제하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작한 1기 행정부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북한 문제를 논의는 하되 의사 결정과 소통 구조는 미국과 북한 간 직접 대화를 선호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누구와도 대화하고 만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은 뉴욕 외신센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딜 메이커”라며 “항상 미국의 국익에 따라 판단한다”고 답했다. 피곳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양보’가 아닌 ‘필요’로 본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면 대통령은 그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곳 대변인은 실제 북·미 간 접촉이 진행되고 있는지와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을 계기로 북한 당국자와 만날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발표할 내용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무부는 지난달 말 대변인 명의로 낸 언론 질의 답변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대북 정책 목표에 변함이 없으며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의향에도 미 국무부가 백악관과 달리 북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 바 있다. 피곳 대변인의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한과 미국 당국자 간 접촉이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북한 입장에선 굳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접촉하기보다 미국 중간선거 뒤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점과 방식을 택해 협상에 나설 유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유엔총회가 아니라도 뉴욕에 상주하는 북한의 유엔대표부를 통한 ‘뉴욕 채널’을 통해 접근할 방법이 열려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북·미 대화 추진 의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한 뒤에도 뉴욕 채널의 가동 여부는 현재까지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