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진전에 회담 급물살… 靑 “꽤 시간 들여 전작권 대화” [韓·美, 깜짝 정상회담]

워싱턴 고위급 협의 서두르기로

李, 핵연료 등 핵잠 논의 속도 제안
트럼프, 조선 협력 후속협의 관심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거론 안 해

李, 연설서 유엔 역할 복원 강조

“지정학적 위기… 다자주의 회복을”
AI 등 협력 ‘K이니셔티브’ 강조

대미 전략투자 협상 진전을 계기로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한·미 안보·산업 협의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조선 협력 등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 공동설명자료에 담겼던 현안을 다시 테이블에 올렸다. 양국은 관련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한 고위급 후속협의를 워싱턴에서 가급적 빨리 열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유엔(UN) 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李 전작권·핵잠, 트럼프 조선에 방점

회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현안 가운데 하나는 전작권 전환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꽤 시간을 많이 들여서 대화한 부분은 전작권”이라며 “우리의 요지는 조건도 충족해가면서 가급적 빨리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을 본격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과 한반도 방위에 대한 한국의 책임 확대 등 자주국방 역량 강화 의지도 함께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 연장선에서 핵추진잠수함 논의에도 속도를 내자고 제안했다. 대미투자 협상 등 다른 현안과 맞물려 진전이 더뎠던 원자력 협정 문제도 다시 꺼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관련 협의를 복원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많은 관심을 보인 이슈 중 하나는 조선 협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관심을 표시했고 이 문제에 대해서도 후속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다뤄진 의제 대부분은 기존 공동설명자료에 포함됐던 사안이다. 새로운 의제를 추가하기보다 그동안 지연되거나 정체됐던 협의를 다시 복원해 속도를 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고위관계자는 “투자의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관련 이슈들을 전부 일제히 진전시켜야 된다는 생각 하에 협의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는 이날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李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한반도 평화공존의 세 가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뉴욕=뉴스1

◆대미투자 진전에 막판 회담 성사

이번 정상회담은 대미투자 협상이 막판 진전을 보이면서 전격 성사됐다. 순방 출발 전만 해도 투자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 별도 정상회담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지만 이후 협의가 급진전하면서 양국이 다시 회담을 추진했고 이날 오전 최종 확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투자 협의 전망이 좋지 않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며 “그 이후 투자 협의가 진전이 잘됐기 때문에 급히 다시 추진했고 성사가 됐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오후 7시20분부터 약 30분간 회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김혜경 여사의 안부를 묻고 골프 라운딩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중 정상회담과 대미투자, 안보 현안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양 정상은 대미투자 협상이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진전을 이뤘다는 데 뜻을 같이했고, 청와대는 “거의 큰 틀은 다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李 “유엔 기본정신으로”… ‘기여국 연대’

이 대통령은 앞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질서의 분절과 지정학적 위기에 맞서 다자주의와 유엔의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가 깊으면 깊을수록 유엔의 기본정신으로 반드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기후변화·에너지 공급망을 세 축으로 한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함께 누리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탄소중립을 성장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한국형 녹색 대전환’, 에너지 공급망 협력 강화를 한국이 기여할 분야로 내세웠다.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 국가들이 먼저 협력하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기구나 배타적 그룹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국제질서와 유엔 기능을 존중하면서 각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유연하게 협력하고 그 범위를 넓혀가자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조직과 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유엔 80 이니셔티브’와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에도 지지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사무국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연대 속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경험을 강조하며 “더 큰 책임과 기여로 그 연대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도 국제 평화와 지속가능발전,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국제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