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화장을 선택하는 화장률 94%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남겨진 방치묘는 여전히 국토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장사 관련 기관 추산에 따르면 전국의 무연고 묘지는 약 300만 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전체 분묘(약 1400만~1500만 기)의 15~20% 수준에 이르는 규모다.
신고가 되지 않거나 후손이 더는 사람이 찾지 않아 방치된 묘가 차지하는 면적은 약 103㎢다. 여의도 면적(2.9㎢)의 35배에 육박한다. 도시화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방치된 묘지는 법과 행정적 규제에 묶여 국토 이용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토지 소유주나 지자체가 방치묘를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타인의 토지나 임야에 무단으로 설치된 묘지라 하더라도 임의로 파묘할 수 없다. 사유지 내 무연고 묘지를 개장하려면 일간신문 및 지자체 누리집 등에 3개월 이상 처리 안내를 2회 이상 공고해야 하며 관할 시·군·구청의 개장 허가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따르는 행정 절차와 파묘, 화장, 봉안 비용 또한 온전히 토지 소유주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적 권리 역시 정비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2001년 1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후 설치된 무단 묘지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개정 이전에 조성된 수백만 기의 기존 묘지는 법이 바뀌었더라도 과거에 인정받은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그대로 인정받는다. 이 때문에 지자체나 토지 소유주가 주인 없는 묘지로 판단해 법적 정리 절차를 밟더라도 뒤늦게 나타난 후손과 소송이 붙거나 이장비를 두고 갈등을 겪을 수 있는 법적 분쟁 위험이 남아있다.
또한 임야 개발이나 도로 개설, 농지 활용에서 방치된 봉분 한두기 때문에 인허가가 막히거나 사업이 수개월 이상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토지를 소유하고도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장 중심의 장묘 문화가 정착된 만큼 기존 봉분 묘지의 유효기간과 무연고 처리 절차를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북지역의 사회학 교수는 “방치된 묘지는 단순히 개인 토지의 문제를 넘어 국토 훼손과 산불 위험,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소”라며 “개인 토지주에게만 부담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무연고 묘지 전수조사와 공공 개장 대행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