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는 긴 여행을 떠나기보다 가까운 곳에서 쉬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나흘에 불과한 짧은 연휴에 장거리 이동 부담까지 겹치면서 여행 계획을 세운 사람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호텔·리조트 업계는 멀리 떠나지 않고도 휴식과 미식, 공연·체험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추석 호캉스’ 상품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한국리서치의 ‘2026년 추석 명절 모임 및 일정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87%는 여행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추석 여행 계획이 있다는 응답 29%와 비교하면 16%포인트 줄어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18~29세는 5%, 미혼 응답자는 8%만 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명절을 바라보는 시선도 ‘휴식’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추석의 의미로 ‘가족·친지와의 화합’을 꼽은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지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답도 43%에 달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휴일’이라는 응답은 37%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늘었다. 한국리서치는 가족·친척·친구와의 만남이나 여행 등 추석 활동 계획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 대해 상대적으로 짧은 연휴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호텔들은 가족 고객을 겨냥한 ‘키캉스’와 명절 특화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놨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객실 안에서 가족이 함께 머무는 데 초점을 맞춘 ‘반얀트리 패밀리 패키지’를 운영한다. 객실에 도톰한 매트가 깔린 키즈 전용 텐트를 설치해 아이만의 놀이공간을 마련하고, 취향에 따라 엑스트라 베드로 바꿀 수도 있다. 어린이 칫솔과 바디 어메니티, 헤어 제품 등 전용 용품도 제공한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키즈 포 올 시즌스’ 패키지로 가족 고객을 공략한다. 15만원 상당의 호텔 식음 크레딧과 함께 주말·공휴일에 운영되는 어린이 영어 놀이 수업 또는 영어 쿠킹 클래스에 아동 최대 2명까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호텔 월드는 24일부터 26일까지 롯데월드 캐릭터 로티·로리와 함께하는 ‘원더 로비쇼’와 어린이 맞춤형 ‘원더 키즈쇼’를 진행한다. 24~27일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이 포함된 패키지 이용객은 전용 통로 ‘원더도어’를 통해 정식 개장보다 15분 먼저 입장할 수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은 객실 1박과 조식, 만나당의 한과와 음료 등을 묶은 ‘다(茶)복한가위’ 패키지를 선보였다. 성인 2명 조식 이용 시 만 16세 미만 자녀 2명까지 추가 조식이 제공된다.
서울신라호텔은 24일부터 26일까지 영빈관에서 ‘헤리티지 컬렉션-풀 문’을 운영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국악 공연과 추석 특선 만찬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24~27일 ‘추석 고메 트립’을 열어 제주 향토음식과 전통 한식, 퓨전 메뉴를 선보이고, 야외 수영장과 글램핑 빌리지 등에서 K팝 라이브 공연, 키즈 플로팅 시네마, 공예 체험 등을 진행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추석 연휴에 맞춰 객실과 식음,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조선 팰리스는 인룸 다이닝으로 한우 사골 곰탕과 한식 반찬으로 구성한 ‘한식 정찬’과 한국식 디저트·식혜를 담은 ‘디저트 반상’을 선보인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일식당 스시조에서 밤수프와 송이, 갈치 미소구이, 랍스터 사시미, 소고기 스테이크 등을 담은 ‘하비스트 문’ 코스를 운영하고 홍연·나인스게이트·루브리카에서도 연휴 한정 코스를 내놓는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은 객실 1박과 조식, 궁중병과 전문 브랜드 만나당의 한과와 음료 등을 묶은 ‘다(茶)복한가위’ 패키지를 선보였다. 성인 2명이 조식을 이용하면 만 16세 미만 자녀 2명까지 추가 조식이 제공되고 수영장과 키즈존도 이용할 수 있다.
체험 행사도 강화했다. 한화리조트 설악 워터피아는 24~27일 대형 윷 던지기와 수영대회, 아쿠아 웰니스, 랜덤 플레이 댄스·퀴즈, 마술공연 등을 진행한다. 한화리조트 경주도 마술공연과 야외 버스킹으로 가족 고객을 맞는다.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리조트 내 대형 보름달 포토존 ‘문릿 트레일(Moonlit Trail)’을 조성해 SNS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며, 한복 퍼레이드 및 체험 프로그램, 달토끼와 함께하는 인터랙티브 영상 촬영 콘텐츠를 운영한다.
야외 공간을 활용한 연휴 이벤트도 열린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연휴 기간(9월 24일~26일, 10월 3일~4일) 야외 포레스트 파크에서 투숙객 대상 ‘어텀 버스킹’을 진행한다. 서울문화재단과 협업한 서커스 공연과 감성적인 라이브 밴드 공연이 어우러져 가을 연휴의 낭만을 전한다. 제주신화월드는 9월 25일과 26일 양일간 야외 정원에서 무료 명절 이벤트 ‘달토끼의 잃어버린 송편을 찾아라!’를 개최해, 송편 찾기 미션과 점수별 식사권 증정 이벤트로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짧은 연휴 탓에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집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서 하루 이틀 쉬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여행보다 휴식과 재충전에 무게를 두는 흐름 속에 먹고 쉬고 즐기는 것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추석 호캉스’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4~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