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드’ 행진을 이어가던 한국 사격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추가은(25·임실군청·사진)이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깜짝 금메달’을 안겼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따낸 오예진(21·IBK기업은행)에게 모든 포커스가 쏠렸지만, 추가은은 외부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본선과 결선에서 모두 신기록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하며 새로운 사격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추가은은 23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246.3점을 쏴 8명 가운데 1위에 오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추가은이 결선에서 기록한 246.3점은 고니시 유카리(일본)가 2017년 작성한 종전 아시아기록(245.3점)을 1.0점 경신한 것이자 2019년 전국체전에서 김민정이 작성한 한국 신기록과 타이다. 아울러 추가은은 2010 광저우의 김윤미에 이어 16년 만에 여자 공기권총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은메달은 선이야오(241.3점), 동메달은 장란신(221.6점·이상 중국)이 차지했다.
추가은의 예상 밖 선전은 본선에서부터 예고됐다. 본선에서 엑스텐 19개를 포함해 582점을 기록한 추가은은 2022 항저우에서 장란신과 자오난(이상 중국)의 581점을 경신하며 대회 신기록을 작성했다. 개인전 결선에선 압도적인 기량으로 첫 10발부터 선두에 올라선 추가은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지켜냈다. 중국 응원단이 격발 전후로 쏟아낸 고성과 함성에도 흔들리지 않은 추가은은 결선 내내 선두를 지키며 앞선 사흘 동안 중국 선수들에게 번번이 막혔던 한국 사격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종합 국제대회에선 두각을 드러낸 적이 없었지만, 추가은은 사격 입문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유망주 출신이다. 창원여중 재학 시절인 2014년 사격에 입문한 추가은은 경남체고 1학년이던 2017년 첫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 2022년까지 매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아시안게임과는 유독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땐 사격 세부 종목별 2명 출전 제한 규정으로 인해 출전을 하지 못했고,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는 유일하게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던 때라 출전이 불발됐다. 선수 인생의 위기였다.
하지만 마음을 비운 뒤 제 기량이 살아난 추가은은 2024년부터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이번 아이치·나고야를 통해 첫 아시안게임 나들이에 나섰고, 본선부터 쾌조의 컨디션과 절정의 기량을 뽐내더니 한국 사격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앞서 본선 성적 합산으로 메달색을 가린 단체전에서도 추가은이 대회 신기록을 세운 덕분에 오예진, 김보미(28·부산시청)와 은메달을 합작할 수 있었다.
추가은의 깜짝 금메달 덕분에 사격 대표팀도 한시름 놓았다. 추가은은 추석 당일인 25일 10m 공기권총 혼성 경기에 출전해 2관왕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