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점을 찌르는 순간, 오상욱(30·대전광역시청)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허리 부상을 안고 나선 결승에서 두 차례나 리드를 내주고도 승부를 뒤집는 투혼을 발휘한 오상욱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개인·단체전을 모두 제패한 데 이어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오상욱은 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선천펑을 15-13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2회 연속 우승은 2010 광저우·2014 인천·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3연패를 이룬 구본길 이후 오상욱이 처음이다.
32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오상욱은 16강전에서 홍콩의 후고 호를 15-9, 8강전에서 로이스 챈을 15-6으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한국의 도경동을 15-14로 꺾은 카자흐스탄의 아르툠 사르키샨을 접전 끝에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번 금메달은 부상과 재활을 거쳐 거둔 성과이기도 하다. 오상욱은 “허리 디스크가 터져 보강 운동과 치료에 신경을 많이 썼고, 아시안게임 한두 달 전부터 기술·전술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기에 들어가면 통증을 잊는 것 같다. 지면 부상도 핑계라고 생각하며 경기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맞붙기를 기대했던 마음도 전했다. 오상욱은 “당연히 도경동 선수와 결승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컨디션 문제로 부상이 있었나 보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뒤 “그래도 경동이 몸까지 뭔가 해결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상욱은 26일 열리는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인천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을 이어왔으며, 이번 대회에서 4연패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같이 뛰는 선수들을 믿고 할 수 있으니 부담도 없을 것 같다”며 “금메달을 무조건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92㎝의 큰 키와 긴 런지를 앞세운 오상욱은 올 시즌에도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냈다. 1월 솔트레이크시티와 5월 카이로 월드컵 개인전에서 우승했고,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2년 만에 개인전 정상에 복귀했다.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이날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한 박지희(25·서울특별시청)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에 오른 박지희는 일본의 우에노 유카에게 4-15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플뢰레가 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승에 오른 것은 8년 만이다. 박지희는 32강전부터 준결승까지 승리를 이어가 결승에 진출했으며, 26일 단체전에서 메달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