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첫 추석 맞은 서울 구청장들…동네 민심 가를 현안은

민선 9기 출범 석 달째, 서울 구청장들이 새 임기 첫 추석을 맞았다. 연휴가 끝나면 출범 100일도 코앞이다. 구청장들은 새 임기 시작부터 현장을 찾고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주요 공약 이행과 지역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 공급 구상과 재개발, 공원·문화유산 보존을 둘러싼 쟁점이 복잡한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도 이어져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현안마다 구청장들의 셈법도 다르다. 용산구는 서울시와 함께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물량을 1만가구로 늘리려는 정부 방안과 용산공원 외곽 부지에 청년 주택을 공급하려는 여권의 구상에 반대하고 있다. 김경대 용산구청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강서·노원·종로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여건과 주민 의견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6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모습. 뉴시스

◆용산공원 주택 공급 반대…국제업무지구도 이견

 

용산구의 최대 현안은 용산공원 일대의 주택 공급 문제다. 여권에서 어린이정원과 옛 방위사업청 부지, 군인아파트·장교숙소 등 용산공원 본체부지 외곽에 청년 주택을 짓는 방안이 거론되자 용산구와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는 공원화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정원처럼 이미 공원으로 조성된 공간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기본 개념 위에 부수적으로 외곽 지역에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현실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상지와 물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용산구는 외곽 부지 활용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부 부지에서 개발을 시작하면 용산공원 전체가 잠식될 수 있고 무분별한 토사 반출과 굴착으로 공원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용산구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공원 부지 전체에 대한 면밀한 토양오염도 조사와 안전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거듭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도 동의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 시장은 앞서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부지 등을 활용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용산구와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도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1·29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규모를 기존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학교 용지를 확보한다는 전제 아래 최대 8000가구까지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대 구청장은 국제업무지구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교통 등 기반시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기존 6000가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염경중학교에서 열린 염창공원 공공주택지구 지정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 공공주택 진통…노원은 교통망 확충 요구

 

강서구에서는 염창근린공원 훼손지에 공공주택 1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두고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염창근린공원 훼손지는 정부가 8·13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발표한 서울 내 유일한 신규 공공택지로 2029년 착공이 목표다.

 

주민들은 오랜 기간 공원 조성을 기다려 왔는데도 충분한 협의 없이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며 사업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일 강서구 염경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설명회도 주민들의 항의 끝에 무산됐다. 진교훈 강서구청장과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주민들에게 가로막혀 체육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진 구청장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면서도 장기간 방치된 훼손지는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진 구청장은 서울시가 훼손지를 공원으로 복원할 구체적인 계획과 시기를 제시한다면 공공주택 개발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원구는 태릉골프장(CC) 부지의 주택 공급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교통·생활 기반시설 확충을 전제로 내걸었다. 태릉CC 사업은 문재인정부가 1만가구 공급 계획을 내놓은 뒤 주민 반발과 교통난·문화유산 보존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장기간 표류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가 6800가구 공급을 재추진하고 2029년 착공 일정을 제시하면서 사업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서준오 노원구청장은 태릉·강릉의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원구는 화랑로를 비롯한 주요 도로망 확충과 노원∼남양주 간 광역도로인 백사터널 개통,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과 8호선 별내역을 잇는 철도망 구축 등의 교통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연합뉴스

◆종묘 앞 고층 개발 논란…창신동 속도 놓고 입장차

 

종로구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보존과 개발의 충돌이 핵심 현안이다. 서울시는 최고 38층, 높이 약 142m의 업무·상업시설을 짓고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과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정문헌 전 종로구청장이 지난 6월 퇴임을 앞두고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인가하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서울시는 종로구에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려 달라는 국가유산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비사업 추진단을 구성해 기존 인가 과정의 법률적·행정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창신9·10구역에서는 행정 절차의 속도를 놓고 종로구와 주민 간 입장차가 이어지고 있다. 두 구역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2013년 해제됐으며 도시재생사업을 거쳐 2022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다시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정비구역 지정을 받았고 4400가구 안팎의 주택 공급이 계획돼 있다.

 

주민들은 사업시행자 지정에 필요한 법정 동의율 75%를 넘겨 지난 6월 신청까지 마쳤지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지난달 탄원서 약 2500장을 종로구에 제출했다. 서울시도 관련 절차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유 구청장은 동의율을 근거로 사업을 밀어붙이기보다 찬반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