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가느니 사표를 내겠어요.”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해 요즘 해당 기관 직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소속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어쩔 수 없이 해당 지역으로 주거지를 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니라 직원들은 삶 자체를 옮겨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 잔류 최소화와 기존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 등을 포함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5대 원칙을 발표했다. 관계 부처와 공공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4분기 중 이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27일 현재 전국 공공기관은 모두 355곳이며 이 가운데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관은 168곳으로 전체의 약 50%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서울 130곳, 인천 9곳, 경기 29곳으로 77.4%가 서울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 이들 공기업 가운데 이전 대상과 이전 지역은 올해 안에 정해진다.
정부 방침에 의해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한 공공기관 직원은 “아내가 독박육아 걱정이 태산같아 지방이전이 될 경우 직장을 옮길 생각이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또다른 직원은 “가족이 모두 서울에 살고 있고 아내 직장이 서울인데 본사 이전으로 혼자 지방가서 살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며 “본사 이전이 결정되면 봉급이 줄더라도 이직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퇴사하겠다는 입장은 저연차 직원들 사이에서는 폭넓게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젊은 직장인들은 직장 선택에 있어 ‘인서울’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국방부와 서울시 등 서울 근무가 보장된 부처를 선호하는 경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학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공기업으로 9년 연속 선정된 속사정은 지방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현실이 많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구성원으로서 느낄 수 있는 자부심’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선호하지만 지방근무가 아예 없는 수도권 근무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신입사원 가운데는 지방에 위치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다 이직한 경우가 많다. 이들 직원들은 “평생 연고도 없는 지방에 살 것을 생각하면 막막해 지는 것을 느꼈다”며 “지방 근무가 직장을 옮기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지방이전을 우려해 미리 수도권 기업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최근 지방 이전 때문에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항공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청주공항 주변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고 이 선을 넘어 남쪽으로 이전할 경우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통폐합이 거론됐을때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과 인천지역 시민단체 등은 결사반대를 외쳤다. 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은 “간부들과 달리 평직원들은 통합될 경우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두려움때문에 반대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공기관 직원들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공기관 유치에 적극적이다. 제주와 청주,무안 등은 한국공항공사의 유치를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지방단체는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인구 증가 효과는 물론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침대로 올해 4분기 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계획이 확정되면 해당 기관 직원들의 조직적인 반발 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