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국인 의료분쟁 8개월 만에 최근 5년 최다… 절반은 조정도 못 했다

2026년 54건, 2025년 연간보다 74% 많아
최근 5년 신청 175건 중 85건 미개시
미개시 10건 중 8건 이상 병원 측 불참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의 의료분쟁 조정신청이 올해 들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접수된 외국인 의료분쟁의 절반가량은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못했으며, 미개시 사건 10건 중 8건 이상은 병원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실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접수된 외국인 의료분쟁 조정신청은 54건이었다.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인 31건보다 23건(74.2%) 많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 뉴시스

외국인 의료분쟁 조정신청은 2022년 27건, 2023년 25건, 2024년 38건, 2025년 31건이었다. 올해는 8개월 만에 종전 최고치였던 2024년의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외국인 환자 유치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진료과목별 외국인 환자 합계는 2024년 약 124만명에서 지난해 약 209만명으로 67% 증가했다. 한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방문한 경우 중복 집계된 수치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32건으로 올해 전체 신청의 59.3%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인 9건, 몽골인 3건, 일본·베트남·우즈베키스탄·러시아인이 각각 1건이었다. 중국인의 조정신청은 지난해 연간 11건의 2.9배에 달했다.

 

진료과목별로는 성형외과가 1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 가운데 7건은 중국인이 제기한 조정신청이었다. 이어 치과 8건, 외과·정형외과 각 5건, 산부인과·피부과 각 4건, 신경외과 3건 등의 순이었다. 성형외과 관련 신청은 지난해 연간 5건의 2.4배로 늘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증상 악화가 34건으로 전체의 63.0%를 차지했다. 신경 손상이 6건이었고 진단 지연과 기타 유형이 각각 3건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의료분쟁이 늘고 있지만 상당수는 조정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외국인 의료분쟁 조정신청 175건 가운데 조정절차가 개시돼 처리된 사건은 85건(48.6%)이었다.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사건도 85건(48.6%)이었고, 나머지 5건(2.9%)은 진행 중이다.

 

미개시 사건 85건 가운데 71건(83.5%)은 피신청인인 병원이 조정절차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였다. 전체 조정신청 175건 가운데 71건(40.6%)이 병원 측 불참으로 조정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신청 취하가 12건이었고, 당사자 소재 불명 등으로 절차 진행이 불가능했던 경우와 의료사고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는 각각 1건이었다.

 

외국인 환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가 적용된다. 외국인도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겪으면 의료중재원을 통해 상담과 감정, 조정·중재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의료중재원은 영어·중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법무부 외국인종합안내센터와 연계해 통역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조정신청서를 받은 병원은 14일 이내에 조정절차 참여 의사를 밝혀야 한다. 병원이 참여 여부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돼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 해외 귀국이나 연락 두절, 송달·통역 등의 문제로 절차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최근 5년간 1건이었다.

 

조정절차가 개시돼 처리가 끝난 85건 가운데 50건은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됐으며, 조정결정이 성립된 사건은 1건이었다. 합의 또는 조정결정이 성립된 51건 중 성립금액이 1000만원 이하인 사건은 41건으로 80.4%를 차지했다. 300만원 이하가 24건, 3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가 11건, 5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가 6건이었다. 5000만원을 넘은 사건은 1건이었고 1억원을 초과한 사례는 없었다.

 

의료중재원은 외국인 전담 분쟁조정위원회 신설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 조정·중재 처리 건수는 연평균 18건으로, 전체 처리 사건의 1.2%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의료중재원은 외국어 상담과 외국인 대상 조정신청 지원을 강화하고 외국인 조정사건 증감 추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외국인 환자는 짧은 체류 기간과 언어 장벽 등으로 소송을 통한 권리구제가 어려운 만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구제 창구”라며 “외국인 환자가 조정·중재 제도를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K의료관광에 대한 신뢰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