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보다 긴 여정…한국 수출품은 어떻게 유럽까지 갈까

부산 출발 화물, 북유럽 주요항까지 36~49일
거점항서 중소형 선박으로 갈아타는 ‘해상 환승’
HMM, 피더선 27척 확보…허브앤스포크 확대

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하나가 유럽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공장에서 항만까지 트럭이나 철도로 이동한 뒤 수출 통관을 거쳐 컨테이너선에 실린다. 유럽 주요 항만에 도착한 뒤에도 목적지에 따라 다시 선박이나 철도·트럭으로 옮겨진다.

 

최근 해운업계에서는 대형선이 모든 항만을 차례로 도는 대신 주요 거점항을 중심으로 운항하고, 이후 중소형 선박으로 주변 항만을 연결하는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트럭·철도·컨테이너선을 거쳐 유럽 항만에 도달하는 다단계 수출 물류 경로를 형상화한 이미지.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25일 HMM에 따르면 아시아와 북유럽을 잇는 FE4 노선에서 부산을 출발한 화물은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36일, 독일 함부르크까지 43일, 프랑스 르아브르까지 49일이 걸린다. 대형선이 부산에서 출발해 로테르담·함부르크·르아브르 등 북유럽의 주요 항만을 연결하고, 유럽에서는 다시 주변 지역으로 운송망이 이어지는 구조다.

 

HMM 측은 허브앤스포크를 기차 운행 방식에 빗대 설명했다. 기존 방식이 ‘무궁화호’처럼 대형선이 여러 항만을 차례로 들르는 구조라면, 허브앤스포크는 대형선이 주요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 운항한 뒤 화물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주변 항만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해상 환승’이다. 화물을 옮겨 싣는 과정이 추가되는 대신 대형선이 들러야 하는 항만은 줄어든다. 한 항만에서 입·출항이나 하역 작업이 늦어져 이후 기항 일정까지 연쇄적으로 밀리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사진=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실제로 최근 주요 항만의 혼잡으로 선박 운항 일정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해운조사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7월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정시 운항률은 56.4%로 전월보다 6.1%포인트 하락해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씨인텔리전스는 주요 아시아 항만의 혼잡을 정시 운항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부산항의 정시 운항률은 40.9%에 그쳤고, 상하이항은 21.0%까지 떨어졌다.

 

HMM의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7월 운항을 시작한 유럽∼서아프리카 MA2 노선이다. 이 노선은 HMM이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적용해 선보인 첫 번째 서비스다. 원양 항로의 주요 기항지인 스페인 알헤시라스를 거점으로 삼고, 이곳에서 피더선(대형선과 주변 항만을 연결하는 중소형 선박)이 모로코 탕헤르와 세네갈 다카르, 가나 테마, 나이지리아 레키,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등을 연결한다. 피더선 5척이 투입돼 35일 주기로 왕복한다. HMM 관계자는 “혼잡도가 높은 서아프리카 항만 구간을 별도로 운영해 초대형선의 운항 정시성을 높이고, 항만 상황에 따라 피더선의 기항지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MM은 허브앤스포크 확대에 맞춰 피더선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신조 발주 22척과 리세일·중고선 매입 등을 통해 총 27척을 확보했다. HMM은 초대형선과 피더선을 연계해 선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세계 주요 항만을 중심으로 연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