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권준영 기자] 경기장에서 승리를 다투던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밤중 호텔에서는 세탁기 쟁탈전을 벌였다. 밤늦게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직접 유니폼을 빨고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새벽 3~4시. 불과 몇 시간 뒤 다시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에게 빨래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됐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숙소 배정과 경기장 이동 등을 둘러싼 불편이 잇따랐다. 야구 종목에서도 세탁 서비스가 선수들의 경기 일정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직접 빨래에 나서야 했다. 결국 각국은 외부 세탁업체를 개별적으로 수소문하는 ‘각자도생’에 나섰다.
대만 매체 차이나 타임스는 지난 23일 “마침내 대만 야구협회가 외부 세탁업체를 찾았다”며 “대만 야구대표팀은 자비로 유니폼을 세탁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선수들이 새벽에 직접 빨래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일본, 중국 대표팀도 각각 다른 세탁업체와 계약했다”며 호텔 코인 세탁기 앞에 각국 선수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대만 대표팀 주장 천민츠는 지난 22일 세탁 문제로 겪은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호텔에 늦게 도착해 직접 코인 세탁기로 빨래해야 했다”며 “빨래를 마치니 새벽 3~4시였는데, 낮 경기를 위해 오전 6~7시쯤 일어나야 했다. 사실상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한국 야구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야구 종목 참가팀들은 일본 나고야 시내의 한 호텔에 함께 묵고 있다. 호텔 측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세탁물을 돌려받기까지 며칠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훈련과 경기를 치르며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하는 야구 종목의 특성상 기존 서비스만으로는 선수단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호텔에 비치된 코인 세탁기는 수량이 제한돼 있었다. 선수들은 직접 세탁기를 이용해야 했고, 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치른 뒤에도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와 회복에 집중해야 할 선수들이 빨래에 시간과 체력을 쏟아야 했던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외부 업체와 계약해 세탁 문제에 대응했다. KBO 관계자는 지난 23일 “우리는 일찌감치 업체를 찾아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대만과 일본, 중국 대표팀도 별도 업체를 확보하면서 각국의 세탁 문제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다만 팔레스타인 등 자국 연맹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일부 대표팀은 여전히 선수들이 직접 빨래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